뒷소문 꼬리 문「수사종결」|밀수보석 암거래사건 개운찮은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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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은 16일 상류층 부인들의 밀수보석 암거래사건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고 발표했으나 아직도 일반국민들은『수사가 석연치 않게 종결되었다』고 미심쩍은 표정.
17일 검찰고위당국자는『사전에 정보가 누설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고 해명했으나 사건이 워낙 크게 번져 자체 안에서도「정보누설」여부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밀수「루트」의 상위선과 중간 암매상·「세팅」조 등 사이에서는 보험회사직원을 가장, 연락방법도『보험가입자가 얼마나 되느냐(누가 보석을 샀느냐)』『불입금은 얼마나 되느냐(보석 값을 받았느냐)』『신종보험을 시작한다(새로운 보석이 도착했다)』는 식의 은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보제공자인 박정애씨 자신도 취득자의 정확한 성명·주거지·성분을 모르고「○○엄마」「○○병원장부인」「조병옥 박사 딸 클럽」식으로 알고 있어 수사 착수 당시에는 애꿎은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고 조병옥 박사의 딸과 신문로「정보부」댁이 관련되었다는 설. 수사반이 급습한 결과 조 박사의 딸이라는 여인은 외국인과 동거중인 성병순씨(38·구속)로 조 박사의 딸과 같은 해에 국제결혼,「샌프런시스코」에서 이웃에 살았기 때문에 주위에서 그런 별명을 붙여준 것으로 밝혀졌고 신문로「정보부」댁은 동남 갈포 대표 서병식씨 집(부인 임원옥·불구속)으로 밝혀졌다. 박정애씨가 산은전무 집이라는 한곳은 자유당 때 산은전무(현재 산은에는 전무직이 없음)였던 홍모씨(부인 우태유·수배) 집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동안 억대의 밀수보석이 유입되었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항구 밀수「루트」의 총책인「마산 최」를 검거치 못한 것은 이번 수사가 시한에 쫓겼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밀수상선 수사에서는 문제의「마산 최」가 한때 자유당 때 유명했던 밀수왕인「마산 최」와 동일인으로 보았으나 조사결과 그는 이미 고인이 되었고 현재의 최는 그 후광을 받는 후계자로 활동거점도 부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에 대한 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그를 잘 알고있는 수산업협동조합 소속 원양어선「기남호」선장 박모씨가 이미 출항, 조업 중이므로 소재에 대한 정보를 전혀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 수사관계자는 이번에 압수된 보석가운데는 아직도「포마드」「콜드크림」등이 묻어 있는 것이 발견되어 공항을 통한 보따리밀수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최고가액 보석은 서정애씨 소유의 8백 만원 짜리 비취로 밝혀졌다.
불구속 입건된 취득자들 가운데 동남갈포 사장 부인 임원옥씨의 경우 남편 몰래 친정어머니에게 60만원짜리 남양진주반지를 선물했고 수원「빈센트」병원 의무원장 부인 정복석씨는 아들 결혼예물로「다이어먼드」반지를 사두었다가 입건되었다.
안양자씨(38·구속)는 남편 배대기씨가 외국에서 귀국할 때 밀수한「다이어먼드」와 쑥색비취 등 1백50만원 어치를 양도받아 다시 판매한 혐의를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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