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 거취가 초점|금년도 유엔총회 한국문제 토의의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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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한국문제의 당사들과 훈수국들은 올해도 대결의 자세로 『「유엔」기 아래의 주한외국군 철수 결의안』을 냈고 한국진영에서도 『28차 총회의 한국문제 만장일치 결의안의 실천과 한반도의 평화 및 안보유지의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결의안을 의제로 요청하여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다.
공산측 결의안은 총회가 지난해에 채택한 만장일치 결의안 사항 중에서 「언커크」해체밖에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 『「유엔」기 아래의 모든 주한외국군이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그만두고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 한국의 독자적인 평화통일 달성의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공산측의 공세를 한국측이 「의식적인 수세」로 맞고 있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우방 6개국의 초안은 한반도의 긴장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이상 현존 협정의 존속이 필요 불가결하며 「유엔」은 한국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데 계속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초안의 결론은 공산측 결의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게 아니라 『안보리는 현존 협정의 계속적인 준수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의 완전한 유지의 필요성에 유의하여 적절한 단계에 직접 당사자들과 협의하여 안보리소관 사항인 「유엔」군 사령부의 장래를 포함한 한국문제의 평화 및 안보측면을 검토하기를 희망한다』로 되어있다. 이만하면 이번 총회의 한국문제 토의의 초점이 어디 있는지 알만하다.
공산측은 제안 설명에서부터 『「유엔」깃발』을 달고있는 외국군의 철수를 거듭 강조한다. 막후협정이 무르익어 감에 따라 『「유엔」깃발』과 『외국군』이 분리되고 강조점이 외국군에서 『 「유엔」깃발』쪽으로 기울 징조가 보인다.
한국측 결의안의 『「유엔」군사의 장해』라는 표현이 함축하고 있는 것은 ▲「유엔」군사는 안보리 소관이니까 총회가 토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유엔」군사 해체는 당사국들, 다시 말하면 남북한과 4강국이 기능을 대신할 체제가 마련되는 단계에 가서 토의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뒤집으면 그런 단계가 오기 전에, 그나마 총회가 한국의 「유엔」군사 해체를 논의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무슨 대단한 정책의 전환이라기보다는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며 전략이다. 남북한 동시가입이 빠진 것도 올해는 토의의 초점이 「유엔」군사 쪽에 있고 「유엔」군사문제의 합의 없이는 동시가입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지난 총회가 열리고 있을 때 「윌리엄·포터」국무차관이 한·미 경제위의 만찬연설에서 「유엔」군사 대치기구의 설치를 고려할 시기가 왔다는 내용의 말을 했고 그보다 앞서 「키신저」가 「유엔」의 한국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면 미국은 강대국들간의 「조용한 흥정」을 주도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은 한국문제 토의의 전환점을 기록했다. 「포터」의 발언은 앞으로 「유엔」군사가 한국문제 토의의 초점이 될 것이고 또한 주한미군은 「유엔」의 모자를 벗고 한·미 방위조약을 근거로 계속 주둔하는 체제를 갖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미이고 「키신저」의 발언과 그 뒤 그가 북경에서 만장일치 결의안을 흥정한 실적으로 보아서 사실상 한국문제의 「유엔」궤도이탈, 즉 『탈「유엔」』의 발단을 의미했다.
공산측 결의안이 『「유엔」기』를 거듭 들먹이는 것도 그들 나름대로의 현실감각을 나타낸 것이다. 「워싱턴」-북경을 중심으로 지금 강대국간에 오가는 귀엣말의 방향은 한국과 우방이 「유엔」기를 내리는데 동의하고 그 대신 공산측이 미군의 한국주둔은 양해한다는 것으로 되어 가는 것 같다. 미군의 한국 주둔에 관해서 특히 미국과 중공의 입장이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29차 총회의 한국문제 처리가 한층 주목되고 있다.
문제는 직접 당사자들인 한국과 북괴의 태도다. 한국이 어떠한 선에서 「유엔」군사를 대치하는 새로운 안보체제를 수락할 것이며 북괴가 중공의 압력을 얼마나 받고서야 미군의 주둔을 받아들일 것인지가 문제다. 「기무라」일본외상의 한국문제를 「유엔」에서 강대국간의 협상으로 처리하자는 주장도 사실은 한발 늦은 것이다. 「존·홀드리지」주중 미 연락사무소 부소장이 공연히 북경-서울-「워싱턴」을 왕래한 것이 아니다. 「유엔」 총회는 9월17일 공식 개막되지만 한국문제의 막후흥정을 위한 『「유엔」의 울타리 밖의 『「유엔」 총회』는 벌써 개막된 지 오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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