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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옛말에 「황금은 흑사심」이라는 말이 있다. 또 「견물생심」이라는 말도 있다.
안보면 아무 생각이 없으나 보면 사람들은 공연히 갖고 싶어한다. 뚜렷한 목적과 가져야 할 명분도 없이 사람들은 무엇이든 보기만 하면 자기의 소유로 만들고자 한다. 사람에게는 이렇게 끝없는 욕망이 있다.
우리 나라 유현록에 보면 유학에 능하고 수양이 깊은 두 형제가 길을 가다가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 강은 깊지는 않았으나 매우 넓은 강 이어서 배를 타고야 건너갈 수 있게 되었는데 두 형제가 마침 그곳에 있는 배를 타고 건너게 되었다.
배가 강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배 밑창에 번쩍거리는 누런 황금덩어리를 발견했다. 형은 그것을 보고 동생에게 건져내게 한 후 두 형제는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다. 얼마 후 동생은 그가 가진 금 덩어리를 물에 던져버렸다. 형은 그 까닭을 물었다. 그때 동생이 대답하기를 『형님 우리는 지금까지 가난하게 살아왔으나 형님과의 의만은 좋았읍니다. 그런데 그 금 덩이로 소유하고 난 후 내 것만 가지고 만족한 것이 아니라 형님의 금덩이도 내가 갖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형님을 해치지 아니할까 두려워서 버렸읍니다』고 말했다.
그때 그 형이 대답하기를 나도 동생의 마음과 같이 동생의 것을 갖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그리하여 두 형제는 모처럼 얻은 값진 금덩이를 아무 미련 없이 물에 던져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끝없는 욕심 때문에 형제간에 의리가 상하고 부자지간에 정을 끊고, 친구 사이에 피 흘리고 싸우는 경우가 많음을 볼 수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욕망이 있다.
그 욕망 자체가 잘못이나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배고프면 먹고 싶은 마음, 목마르면 물 마시고 싶은 마음, 그리고 좋은 것을 보면 갖고 싶은 마음, 또한 아름다운 것을 보면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참 인간됨에는 그 욕망에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그 충동과 욕망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데서 참 인간됨의 모습을 찾아 볼수 있다.
사람은 자기의 욕심대로 다 얻을 수도 없거니와 그 욕망대로 살아서도 안 된다. 탐욕이란 끝없는 욕심이다. 거저 갖기만 탐한다. 무엇이든 자기의 소유로 만들려고 한다. 끝없는 욕심과 탐욕은 스스로 멸망의 길을 가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사실 끝없는 여러 가지 욕망이 있다. 식욕 성욕 명예욕 권세욕 등 온갖 소유욕이 있다.
사람은 결코 현재 가진 것으로 만족하지 아니한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원하고 열을 소유하면 백을 탐내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없는 것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가진 것으로 인한 범죄가 더 크며 없는 나라가 역사에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가진 나라들이 문제를 더 크게 일으키고 있다.
작년 10월 「석유 파동」 이후 소위 강대국들이 많은 자원을 매점 매석함으로 인해 세계는 현재 더욱 어려운 시련을 겪고 있다.
사람들은 많이 가지면 행복할 것 같이 생각하나 그 가진 것만이 행복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 큰 욕망이 인간의 불행을 자초케 한다. 「야곱」은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성장한즉 사망을 낳느니라』고 말씀했다.
근일 신문지상에 보석 밀수 사건이 알려졌는데 그 보석들이 고관들 부인들의 손에 들어가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실망케 했다. 그분들은 집도 있고 생활도 안정되고 그리고 몸에 지닐 금 패물도 있었을 것인데 그것도 부족해서 밀수 보석을 몸에 걸치고 부끄러움도 모르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분들 가정이나 마음은 남이 부러워하는 만큼 결코 행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더 큰 보석과 더 값진 것을 다음에 주문했을는지도 모르겠다. 한심한 일이다.
잠언에 『더러운 이를 탐하는 자는 생명을 잃어버릴 것이요, 탐욕을 버리는 자는 장수하리라』고 했다. 끝없는 탐심과 욕망은 스스로 죽음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세계 과학자들이 낸 「로마 보고서」에 보면 수십년내에 자원의 고갈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늘의 인류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은 자기만이 살고자 하는 이기심과 욕망에서 과감이 벗어나서 「예수」께서 가르치신 주기도문의 말씀대로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의 기도를 실천해야만 구원과 소망은 있다고 믿는다. 「바울」은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며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거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 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있는 것을 족한 줄」로 아는 삶은 쉽고도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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