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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 기피자 사면」 논쟁|포드 대통령에 새 시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발표에 이어 「포드」 대통령이 월남전 병역 기피자들의 사면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음이 알려지자 지난 71년 미 대통령 선거전에서 민주당의 「맥거번」 후보가 거론한 이후 또 다시 이 사면 문제가 미 국민들에게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포드」 대통령은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기피자들에게 다시 고국에 돌아와 살림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월남전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 사면 결정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문제는 「법의 공정」이란 입장과 「전쟁의 도덕적인 평가」란 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면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피자들이 조국을 배반했을 뿐 아니라 엄연히 범법을 했으므로 마땅히 죄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포드」 대통령을 비롯, 사면 지지자들은 비륵 기피자들의 행위가 정당하지는 못할지라도 이미 월남전이 끝난 이제 그들에 대한 처벌보다는 관용이 더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개중에는 기피자들이 취한 반전 태도가 미국으로 하여금 잘못된 전쟁에서 일찍 손을 떼는데 좋은 영향을 미쳤으므로 그들을 전쟁 영웅으로 대접해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포드」는 기피자들을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잘못을 뉘우치는 뜻에서 노역으로 죄과를 상쇄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와 비슷한 사극의 전례는 2차 대전 후 「트루먼」 행정부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는 사면을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며 「닉슨」에 대한 사면 조치조차 반대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이점이 「포드」에겐 고민이다.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대통령이 월남전 전사자들을 되살리거나 전상자들에게 팔다리를 갖다 붙여주지 않는한 사면에 찬성할 수 없다는 강경파들이 많다.
이들은 「사면」이 곧 「망각」일수는 없다고 말한다.
「포드」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움직임을 기피자들 자신들도 별로 달가와 하지 않는다. 하루든 18개월이든 감옥살이를 하는 대신에 노역을 치르라는것은 미국 정부의 선전일 따름이지 결코 그들의 행위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이 못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피자들은 미국이 월남에서 전쟁을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병역을 거부한 것이지 결코 법망을 피해 전장에서의 전투 행위가 부담스러워 조국을 등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개하고 돌아 오라』는 조치는 또 하나의 신념에 대한 배신행위란 것.
또 이들은 현재 「스웨덴」이나 「캐나다」에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아 있는데 감옥살이를 안 한다 뿐이지 전과자란 오명을 쓰고 살아야 할 고국에 굳이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 해외에 도망 나와 살고 있는 기피자는 6천6백10명. 월남 전 이후 지금까지 모두 8천7명이 미국에서 병역 기피 죄로 처벌을 받았는데 이중 1백명은 아직도 형기를 치르고 있다. 또 군 복무 중 전쟁에 반대한 이유로 불명예 제대를 한 사람이 5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제대 장병이 받는 수당을 받을 수도 없게 되어 있다. 이런 사람들의 처지에서 보면 지금 해외에 나가 있는 기피자들이 「포드」의 관대한 조처를 받고 귀국한다면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나 다름없다.
해외 기피자들 중에는 고국이 관대한 처분만 내려준다면 돌아가겠다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이들은 고국의 소식을 듣기 위해 단체를 구성, 신문을 발행하기도 하며 「캐나다」에 있는 사람들은 지난번 미 의회의 「워터게이트」 청문회를 구경하기 위해 몰래 귀국했다 돌아가기도 했다.
이들은 병역 기피나 탈영 죄로 옥살이를 하다가 미군 포로가 송환되고 난 후 대거 특사된 동로자들의 처사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국에서의 고독을 이기지 못해 옥살이를 각오하고 고국으로 되돌아온 극소수의 기피자들은 막상 그들의 이력서에 전과자란 낙인이 찍힌 것을 발견하고는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다.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저지른 죄과가 그들을 그토록 괴롭힐 줄은 몰랐다고 한 기피자는 조국을 원망하기도 했다.
이런 복합적인 고민속에 추진하고 있는 「포드」 대통령의 「기피자 사면」 준비 작업이 다수 미국민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 일으킬 것인지는 큰 주목거리다. <뉴스위크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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