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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강아지냐" vs "용기 있는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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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애만 낳아 키우겠다는 건 자신의 이기심에 불과하고 아빠 없이 자란 아이는 평생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게 된다.”(네티즌 saha****)

 “책임감 없는 남편과 같이 사느니 혼자 키우는 게 낫다. 소중한 생명을 지킬 줄 아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네티즌 누****)

 지난 8일자 16면 중앙일보 Saturday에 실린 ‘신가족의 탄생, 혼외자녀 리포트’ 기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기사는 혼외출산을 선택한 여성 중 30~40대 이상의 여성이 10~20대 여성의 비중을 넘어섰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미혼모 혹은 비혼모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특히 전통적인 가족 개념에 얽매이지 말고 보다 ‘열린 시각’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한국 사회가 수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기사가 나간 이후 주요 포털 사이트에 찬반 댓글이 800개 이상 쏟아졌다. 찬반 댓글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댓글 중 70% 가까이는 미혼모의 선택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강아지처럼 애 키운다”며 미혼모에게 감정 섞인 비판을 하는 댓글도 있었다. “아이의 관점에서 부모가 모두 있어야 양육에 바람직하니 혼외출산을 ‘다르다’로 감싸 안을 게 아니라 ‘잘못됐다’고 지적해야 한다”는 비판은 차라리 점잖은 편이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 네티즌은 “자기 자식 모른 척하고 떠난 남자나 입양 보낸 사람보다 자기 자식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낫지 않나” 는 댓글을 남겼다. 기사를 트위터에 리트윗한 양소영(44) 변호사는 “가임기간이 남아 있는 주위 또래들도 혼외출산을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제도도 따라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한 미혼모는 “미혼모들이 부딪히는 우리 사회의 냉엄한 시선을 그대로 보여 준 셈”이라고 말했다. 2009년 방송 첫 인터뷰를 했던 그는 주변 사람들의 비난에 운영하던 미용실을 접어야 했다. 수년간 머리를 손질했던 단골 고객조차 그녀에게 “유부남과 사생아 낳았느냐”고 물었다. 친동생이 홀로 아이 키우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의 박문칠 감독은 “입사 면접에서 싱글맘이라고 밝히면 ‘우리 회사와 맞지 않다’며 거절당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미혼모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해결책은 낙태와 입양뿐인 것이 현실이다. 미혼모 보호시설 애서원의 임애덕 원장은 “미혼모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끝까지 지켜낸 열정적인 사람들”이라며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만드는 건 우리 사회”라고 말했다.

  전북대 설동훈(사회학) 교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현한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도 혼외출산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사회의 우려 섞인 시선이 많지만 머지않아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혼외자를 애완견에 비유하는 공격적인 네티즌 반응에 대해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는 “낯설고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돌멩이부터 던지는 행동은 군사독재와 전쟁을 겪으면서 생긴 우리 사회의 피해의식 탓”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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