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의 긴축살림 명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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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년간 정치자금 2억 받아>
당총재로 새사람이 들어앉으면서 신민당의 살림살이도 규모가 줄어들어 「긴축」당계부가 짜여졌다.
김영삼 총재가 유치송 사무총장을 시켜 당사무국 업무를 인수받았을 때 넘겨받은 돈은 3백17만원-. 이 돈만 가지고는 한 달도 당 살림을 꾸려가기 어렵지만 앞으로는 매월 7백16만원씩 쓰던 경상비를 약40%나 줄여 월4백33만원으로 재편성, 규모를 줄였다. 이 돈은 집권당인 공화당 경상비의 몇 분의 1도 못되는 것으로 야당에서는 보고 있으며 이택돈 대변인 같은 이는 『한 재벌의 가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끄러운 제1야당의 살림살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야당으로서는 이만한 당비를 조달하기도 힘겨운 형편. 규모를 줄였지만 당간부들의 부담금은 늘었기 때문이다.
신민당은 지난해에 9천1백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아썼다. 그 이전에도 때때로 배분 받은 것이 1억2천여만원에 달해 이제도가 생긴 66년 이후 모두 2억원이 넘는 보조를 받은 셈.
올해 들어 한푼의 자금배정이 없었고 앞으로도 정치자금이 모금될 가망이 없는 것으로 보고 신민당은 지난 5일 공직자회의에서 「당비규정」을 고쳤다. 이에 따라 간부들의 갹출금은 최고 3배까지 올랐다.
새로운 월 부담금(괄호안은 종전액수)은 △총재=60만원(30만) △정무회의부의장·국회부의장=30만원(10만) △사무총장·원내총무·정책심의회의장·훈련원장·당기위원장·인권옹호위원장=10만원(5∼7만) △정무위원=5만원(3만) △소속의원=3만원(2만) △지도위원=2천원 (동) △중앙상무위원=1천원(동) .
이렇게 해서 모아지는 돈이 월3백55만원.
그래도 부족되는 월80만원 가량은 특별 찬조금으로 충당키로 했는데 고흥문 정무회의 부의장이 30만원, 이충환 전당대회의장과 김형일 원내총무가 각각 10만원씩 부담키로 해서 당수가 30만원 정도만 더 꾸려내면 그런대로 적자는 면할 것 같다.

<수입에 맞춰 지출 줄여야>
신민당이 그동안 써온 월 평균 경상비의 내용은 △사무비=3백57만2천원 △조직비(지구당보조금이 주)=2백19만원 △민주전선발간비=1백40만원, 사무비는 ①급료 1백12만원 ②각국 활동비 1백만원 ③공비(경조금 등) 80만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출장비(2만원) 영선비(3만5천원) 비품대(1만원) 소모품(2만5천원) 인쇄비(1만5천원) 통신비(12만원) 회의비(3만원) 도서·신문 구입비(3만원) 공공요금(3만5천원) 연료비(33만2천원)로 나갔다.
신민당은 정부 예산처럼 「양출제입」이 아니라 「양입제출」원칙을 택해 수입범위로 지출을 줄여야만 했다.
당직자들은 인건비(1백12만원)를 줄이기 위해 중앙당의 국을 통합하고 사무당원을 감원하는 문제를 검토했으나 여러 국을 겸직하는 사무당원이 많아 기구 축소를 하더라도 사람을 줄일 수는 없다는데 의견을 모아 인건비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신민당의 유급당원은 전문위원 4명, 사무간사7명과 몇 명의 요원뿐.
삭감된 것은 각국활동비 1백만원 전액과 매월 3만원씩의 지구당 보조금 중 50개의 원내지구당 제외에 따른 1백50만원이 대종을 이루고 기타 조직활동비·서비 중에서 일부를 깎았다.
이런 중에서도 새로 정책위에 30만원을 배정하고 당원훈련을 위한 경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김영삼 총재가 정책위활동과 당원훈련에 역점을 두려는 의지가 여기에 표현된 것이라고 이택돈 대변인이 실명했다.
예산에는 책정이 없지만 인권옹호사업에는 돈이 들게 됐다.
그동안에는 당내변호사들의 무료변론이 고작이었으나 앞으로는 중앙당에 「대민상담실」을 설치해서 인권유린사항을 다룰 계획.
예산범위 안의 지출이외에도 정당·정치활동에도 보이지 않는 돈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당내에선 『4백33만원으로 자칫 적자살림이 될 우려조차 있다』고 걱정하는 당원들도 있다.
신도환 전 사무총장은 『재임시 유진산 당수가 신민당초청 일본사민당 의원들을 요릿집에서 대접하고 술값 33만원을 당에 청구했지만 공식행사가 아니어서 이를 거부한 일이 있다』고 예를 들면서 예산에 없는 씀씀이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중앙당사 임대료가 7백만원 가량 밀려있는 것도 큰 문젯거리.
현 관훈동 당사(4층건물)는 정부소유로 신민당이 「5·16」이후 임대형식으로 빌려쓰고 있는데 월10만원 가량의 임대료는 늘 계상조차 안해오고 있다.
신민당은 가끔 임대료 독촉을 받아 신 총장 때 당시 서일교 총무처장관에게 불하 교섭을 벌였으나 현행법상 정당에 불하할 수 없다는 법무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실현되지 않았었다.

<성금하는 독지가 없어지고>
야당이 당 운영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 것은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날에는 당내 재벌의 힘이 컸었다.
윤보선 유진오씨가 당수하던 때에는 김세영 이재형 정해영씨 등의 재벌급이 있었고 김세영씨는 유 당수 때 한번에 4, 5백만원씩 희사한 일도 있다.
지금 당내재벌 이라면 정해영·고흥문씨가 꼽히지만 정씨는 당직에서 소외되어 있어 당비를 어느정도 도울지 미지수다.
지난날에는 남몰래 야당에 돈을 댄 독지가도 없지 않았으나 지금의 정치풍토로는 어려운 일. 다만 당예산에 없는 당수자신의 활동비는 스스로 조달해 쓸 수밖에 없다.
김영삼 총재의 「스타일」로는 매월3백만원 가량 써야 할 것 같다는 것이 한 측근의 예상. 그가 이만한 돈을 조달해 쓸 수 있을지, 아니면 돈 못쓰는 당수로서 궁색하게 지낼는지는 두고보아야 할 일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야당에서는 조건이 붙지 않는 정치자금이 양성적으로 조달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여당측에서는 『돈을 주어야 민주전선이나 찍어내어 국민을 선동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 협력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남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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