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 편향 정책 문제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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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현안보고는 새 정부가 주장해온 '사회적 힘의 균형'이 바로 노조편향적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었구나 하는 의구심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겉으로는 엄격한 노사중립과 자율적인 교섭과 대화를 내세우면서도 이제까지 노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정책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보고내용 중 특히 문제는 산별교섭과 관련된 법령 대폭정비와 직권중재의 기준조정방침이다. 노동부는 기업노조가 정부에 설립신고를 하지 않아도 상급단체인 산별노조에 가입하면 노조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따라서 산별노조가 체결하는 단체협약이 그대로 적용된다. 업종이 같다고 임금인상 등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 경우 현재는 불법파업으로 분류되는 총파업이 합법화된다.

이렇게 되면 상급단체의 지침 하나로 대화다운 대화도 없이 파업에 돌입하는 게 상례인 노동계의 현실에서 기업의 부담, 국민경제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를 줄이고 직권중재 남발을 막겠다는 것도 논란의 요소가 적지 않다.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곳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전기.통신.병원 등이고 이런 곳에 강성노조 파업이 잦았다.

또한 폭력 파괴행위가 아닌 불법분규자는 불구속 수사를 한다는 것도 코에 걸면 코걸이 식 운영으로 오히려 법과 원칙만 손상시킬 우려가 큰 것이다.

노동부장관은 여타 경제부처에 반해 노동부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동부에선 이번 보고내용도 우선 노동계의 입장을 고려해 정책을 수립했다고 실토했다.

일단 던져 놓고 다음에 경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지만 정부가 이렇게 앞장서 주는데 노동계가 과연 뒤로 물러나겠는가. 또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불필요한 파장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올 봄 산업현장은 노동계의 높아진 기대수준과 경영계의 경제불안 우려가 맞물리면서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불씨를 불러 노사불안을 확대재생산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