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시간 동안 웃으며 즐긴 방송, 촬영만 10시간 걸린대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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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난감스쿨 2’촬영장. 그룹 주얼리의 예원이 얼음 위에서 팥빙수를 먹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요즘, 어린이들을 위한 TV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어린이가 봤으면 하는 교육적인 프로그램만 있을 뿐이다. ‘난감스쿨’은 어린이들이 주인공 돼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다. 어른 출연자들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얼음 위에서 팥빙수를 먹고, 울퉁불퉁한 감자 옷을 입고 방석을 빼앗는 게임을 한다. 청소년 고민 1위인 친구관계와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드라마 형식을 빌려 다뤘다. 지난달 10일 첫 방송한 '난감스쿨 2'는 12세 시청층에서 동 시간대 1위를 기록했고 시청률도 4%을 넘겼다. ‘난감스쿨 1’‘막이래 쇼’‘벼락맞은 문방구’에 이어 ‘난감스쿨 2’을 제작하고 있는 박용진 PD를 만나 제작과정을 취재했다. 박 PD가 쓴 제작노트 형식을 빌려, 우리를 웃기고 울리는 TV 프로그램의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2 그룹 코요테가 초통령 테스트를 받기 위해 ‘난감스쿨 2’의 4화에 출연했다.

박용진 PD의 ‘난감스쿨 2’ 제작노트

1단계: 사전제작(pre-production)
기간: 2013년 11월~2014년 1월 초

두 달 동안 PD 5명, 작가 5명은 매일 아침 회의실로 모여 회의를 했다. 난감스쿨 2에 어떤 코너를 만들지, 어떤 게임을 진행할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중이다. 오늘 회의는 ‘게스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다. 회의를 하는 중 초통령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을 만들어주는 형식이라며 괜찮을 것 같다. 난감 교실에서 게스트를 대상으로 난감한 미션으로 초통령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황당한 미션에 게스트도 난감하겠지. 난감스쿨에 어울리는 코너가 만들어진 기분이다.

시즌 2에서는 난감 운동회도 변화를 주려한다. 야외에서 촬영하는 운동회라면 할 것이 많은데, 실내라 제약이 많다. 세트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활동량을 많게 하고, 쉬워보이는데 막상 하면 어려운 것. 회의 끝에 미끄럼틀을 설치하는 대안이 나왔다. 경사가 높아 아무도 정상을 정복해 보지 못한 미끄럼틀. 괜찮은 생각이다. 세트 밑그림 작업을 시작해야겠다. 짝꿍의 러브라인도 고민 중이다. 시즌 1에서 원홍이를 짝사랑하는 정은이에게 순정만화에나 있을 법한 차갑지만, 매력적인 남자가 고백을 하게 하면 어떨까. 정은이의 청순하고 털털한 이미지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상대역으로는 홍태의가 제격이겠지.

이제 프로그램을 살릴 수도, 죽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만 남았다. 바로 출연진 결정과 섭외다. 시즌 1에서 노련한 진행을 했던 예원이가 시즌 2에도 함께해 다행이지만, 남자 MC가 걱정이다. 재치 있고 포근한 이미지의 미르가 어떨까. 내일은 섭외를 해봐야겠다. 이제, 촬영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촬영에 필요한 예산도 짜고 일정도 조율해야 하는데, 아직도 할 일이 많구나. 힘내자.

▶박 PD의 한마디

“TV프로그램은 넓게 3가지 단계를 거칩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을 하는 단계인 사전제작(pre-production), 기획을 바탕으로 실제 촬영을 하는 제작(production), 촬영한 내용을 편집하고 방송하는 후반제작(post-production)이죠. 1단계 사전제작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내용을 기획합니다. 프로듀서와 작가들이 함께 매일 4~5시간씩 회의는 기본이죠. 보통 한두 달 이상 준비를 합니다. 총 책임자인 프로듀서는 방송 제작에 필요한 예산을 짜고, 관리하는 것 외에도 방송 제작 과정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업무도 합니다. 출연진들을 섭외하고, 세트장을 마련하는 일 등도 이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작가들은 인맥을 동원해 출연진을 섭외하고, 소품을 준비하죠.”

3 배우 홍태의군과 윤정은 양이‘난감한 짝꿍’대본을 보고 있다.

2단계: 제작(production)
기간: 2014년 1월 초~난감스쿨 종방까지

2014년 1월 27일 난감스쿨 2 스튜디오 촬영. 첫 방송의 반응이 좋다. 오늘도 더 재미있게 촬영해야지. 가양동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100명 스텝이 세트장 곳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오늘은 소년중앙의 학생기자들이 아역배우 6인방 취재를 위해 현장을 방문한다. 우리 시청자와 가까운 학생기자들이 온다니 더 신경이 쓰인다. 잘해줘야지. 기사가 잘 나오게 말이다. 촬영 현장은 언제나 분주하다. 출연진들은 헤어ㆍ메이크업 담당자들의 도움으로 꽃 단장을 완료했다. 조명이 하나 둘씩 켜지고, 마이크도 켜졌다. ‘큐’라는 외침에 촬영이 시작됐다. 얼음 위에서 팥빙수를 먹는 게임을 하는데, 정성영군이 너무 웃겼다. 팥빙수를 먹는 것인지, 아니면, 뱉는 것이지 얼굴이 팥빙수 범벅이 됐다. 취재 온 소년중앙 기자들도 이 대목에서 빵 터졌다. 시청자들도 재미있어 하면 좋겠다. 게스트로 달샤벳의 수빈ㆍ가은ㆍ아영이 출연했는데, 모두 열심히 해 좋은 그림이 나온 것 같다. 편집만 잘하면, 시청률도 꽤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촬영이었다. 촬영은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오후 6시가 넘어서 끝났다. 이제, 촬영 세트를 철거하는 일만 남았다. 제작 현장에서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참, 다음주에 있는 ‘짝꿍’의 야외촬영 준비로 잘 됐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드라마 촬영이라 챙길 것이 더 많다. 촬영 분량도 다른 코너들에 비해 길고 말이다. 카메라, 마이크, 음향 장비 등 촬영을 위한 장비와 소품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동과 출연진의 스케줄도 다시 한 번 체크했다.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촬영할 생각을 하니 아득해진다.

▶ 박 PD의 한마디

“촬영은 50~100명의 스태프가 제 역할을 하며 방송을 만들어갑니다. 조명감독은 조명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음향감독은 수십 개의 마이크 작동이 잘 되는지 돌아보고 카메라감독은 카메라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고, 출연진의 동선을 파악하죠. 이 모든 스텝들이 각자의 순서와 할 일을 실수 없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큐 시트입니다. 연출 스태프들이 한눈에 보기 쉽게 각자의 역할과 순서를 정리한 표로, 프로듀서가 작성하죠. 작가는 대본을 작성하고요. 대본은 MC가 전체적인 방송 흐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별출연자와 출연진들을 위한 대본도 있지요. 하지만, 시청자에게 실감나는 웃음을 전하기 위해 난감한 상황을 연출하거나 게임을 하는 부분은 대본을 넣지 않습니다. 수십 명이 협력하는 방송 촬영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큐시트’와 ‘대본’이 있기 때문입니다. 촬영 시간은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시간 이상 걸려요.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위해 10시간 이상 촬영을 해야만 하는 것이죠.”

4 카트 위에 올라가 연기 중인 출연자들. 왼쪽부터 이석재씨·낸시양·정성영군. 5 난감스쿨 출연진이‘난감스쿨 2’의 코너 ‘난감한 운동회’를 촬영 중이다.

3단계: 후반제작((post-production)
기간: 2014년 1월 중반~난감스쿨 2 종방까지

2014년 1월 29일. 촬영한 영상의 후반제작이 있는 날이다. 편집실에는 카메라 13대가 10시간이 넘는 분량을 촬영한 테이프가 가득 쌓여 있다. 눈이 벌겋게 되도록 촬영분을 보고 또 본다. NG장면은 과감히 삭제하고, 쓸만한 장면들만 골라 이어 붙였다. 현장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부분을 말고도 영상을 통해보니 웃긴 장면이 더러 있었다. 특히 게스트로 나온 달샤벳의 아이돌 같지 않은 발을 가까이 찍은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시청자들도 이 대목에서 웃었으면 좋겠다. 이제 자막과 음악을 입혀 영상을 더 재미있고 화려하게 꾸밀 차례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CG를 화면에 덧입히고,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내용을 작가와 상의해 자막으로 입혔다. 음악감독은 상황에 맞는 음악을 골라 넣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예고편까지 만들었다. 마지막 점검 편집이 잘 되었나 꼼꼼하게 확인하고, 테이프를 방송사 주조정실로 전달했다. 이 테이프는 다음주 금요일 8시 전국으로 송출될 것이다. 그리고 또 시청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겠지. 10년 넘게 일했는데도 떨리는 건 마찬가지다.

▶ 박 PD의 한마디

“촬영했던 방송을 편집하고 송출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편집은 가편집, 최종편집의 단계를 거치는데요. 가편집은 방송 흐름 얼개를 짜는 단계입니다. 촬영분을 모두 돌려보며 재미있는 장면들을 골라내고 장면과 장면들을 이어 붙여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죠. 그리고 자막을 입력하고, 음악을 입히고, 때에 따라 컴퓨터그래픽(CG)을 넣어주면 최종편집이 완성됩니다. 완성된 영상 테이프는 주조정실로 전달해 전국으로 송출합니다. 방송을 홍보하는 일인 마케팅 역시 제작의 일부입니다. 프로듀서는 마케팅 팀과 협력해 효과적으로 방송을 홍보할 수 있는 방안도 구상을 하죠.”

글=황정옥 기자·황유진 인턴기자 ok76@joongang.co.kr
사진=CJ E&M 투니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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