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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바뀌자 껑충껑충 뛰는 온라인 유통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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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 들어 유통·화장품·여행 업종을 눈여겨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싹트고 있고, 정부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종목의 주가에서는 온도차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희비를 가르는 핵심 요인은 ‘소비의 온라인화’다.

 6일 상장한 인터파크INT는 이틀 내리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7일 종가는 2만350원으로 공모가(7700원)에 비해 164% 상승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으로만 쇼핑·여행·서점·티켓 판매 사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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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이틀간 주가가 13% 올랐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덕이다.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잇따라 끌어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2012년 10월 133만4000원을 정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매출이 일어나는 주요 통로였던 방문·백화점 판매 실적이 부진해지고, 업계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몰 같은 새로운 판매 통로가 활성화되면서 탈출구가 마련됐다.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8%, 90.7% 늘었다. 아이엠투자증권 이달미 연구원은 “수익성이 높은 온라인과 면세점 부문의 고성장세가 영업이익 서프라이즈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CJ오쇼핑, GS홈쇼핑 같은 홈쇼핑업체들도 연초 일제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하락장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바일 부문의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의 대표주자인 백화점 주가는 약세다. 실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면서다. 양대 백화점인 롯데·신세계의 매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 7일 롯데백화점은 아웃렛 10개 점포를 포함한 국내 42개 점포의 지난해 매출이 8조5650억원으로 전년보다 0.9% 줄었다고 밝혔다. 신세계도 광주점을 제외한 국내 총매출이 4조1530억원을 기록해 역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소비 위축에다 의무휴업 규제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이마트(-1.5%), 롯데마트(-0.1%) 모두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증권가에서는 ‘온라인’을 축으로 한 유통시장의 판도 변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징표가 인터넷을 통해 해외 유명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 직구(직접구매)’의 급증이다. 7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입물품 통관액이 10억4000만 달러(약 1조122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47% 늘어난 규모다.

해외 직구 시장 규모는 2006년 2954만 달러에서 2009년 처음 1억 달러를 넘어선 뒤 폭발적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수입 브랜드 유통업체들이다. 지난해 말 9만원 선이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는 7만8100원까지 내려앉아 있다. 하나대투증권 박종대 연구원은 “앞으로 유통시장은 국경선이 없는 완전경쟁시장으로 진화하면서 기존의 사업모델이 심각한 도전을 받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아마존의 국내 진출도 온라인화를 촉진할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은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한 뒤 지난달 염동훈 전 구글코리아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LIG증권 이지영 연구원은 “아마존은 해외 진출 때 온라인 도서 판매로 시작해 점차 다른 상품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전략을 쓴다”며 “우선 온라인 도서업계가 아마존과 직접 경쟁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국내외 가격 차이가 큰 가전 상품을 해외에서 직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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