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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전쟁뒤가 더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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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에도 북한 핵 문제가 본격화 할 경우 외국인 투자 이탈 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일 '금융시장 동요와 안정화 방안'보고서에서 "이라크 전쟁 이후 북핵 문제가 부각되고 주한미군 철수가 공론화하면 외국인 직접투자의 이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라크 전쟁, 북핵 문제, SK사태 등 이른바 '3각 파도'에도 불구, 정부와 민간 모두 위기감이 부족하고 대응체계 마저 취약해 다시 한번 경제위기로 내몰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널뛰는 금융시장=3월 들어 금리와 환율은 연중 최고치를 거듭하고 주가는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일시 공황(패닉)상황에 빠지고 있다. 외국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2개월 연속 순매도에 나서는 등 한국 투자 비중을 줄이는, '셀 코리아(sell Korea)'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이달 들어 국가 신인도를 나타내는 외평채 가산금리는 2001년 이후 최고치인 2.0%대로 급등했다.

보고서는 "유럽계 중소형 은행 5~6곳이 최근 내부 회의에서 한국계 은행에 대한 신규 대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얼어붙고 있는 한국의 해외 신용 상황을 전했다.

연구소는 설상가상으로 북핵 문제가 악화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경우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확률도 크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외환자유화 조치로 국내자본의 해외 유출이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외국자본이 철수하면 한꺼번에 달러 수요가 몰리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럴 경우 자칫 국민들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실물경제도 위기=이런 상황에서 국내 실물경제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으며 한반도 긴장 고조와 가계부채 급증 문제 등은 1997년 상황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이익을 내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의 비중이 오히려 외환위기 때보다 더 늘었다.

무엇보다 연구소는 전통적인 한.미 우호 관계가 흔들리는 상황도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위기가 생기면 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최희갑 수석 연구위원은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도 어려운 데다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어 경제 위기 극복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현재 1천2백억달러가 넘는 외환을 갖고 있지만 외국 자본의 철수가 급증하게 되면 경제위기가 현실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국제감각이 뛰어난 전문가들을 뽑아 한국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해외에서 경제 신인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외국인 투자 정책▶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과잉 반응 자제▶기업의 투자의욕을 되살리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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