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증원보다 주민에게 다가가는 경찰이 우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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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에 대한 분야별 만족도를 조사할 때마다 경찰행정은 거의 예외 없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다. 미국 행정학자 찰스 굿셀도 시민들로부터 가장 낮은 수준의 평가를 받는 분야는 경찰과 사회복지 분야라고 지적한 점을 고려해볼 때 경찰행정에 대해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 조사에서도 이 같은 결과는 거듭 확인된다.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치안 만족도는 평균 3.5320점이었던 데 반해 소방 방재서비스 만족도는 평균 3.9223점에 달한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안전한가? 다음의 통계를 유심히 살펴보자. 첫째, 유엔에서 발간한 2011년 형사사법통계(UN-CTS)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은 우리나라가 2.6건으로 캐나다 1.8건, 영국 1.1건, 독일 0.9건, 프랑스 0.7건, 일본 0.3건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둘째,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교통사고 비교결과’를 살펴보면 2012년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4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나 된다. 적어도 선진국 중에선 높은 수치다.

 세계는 지금 치안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민에게 다가가는 경찰 활동을 하고 있다. 먼저 치안 인프라를 키워내기 위해 경찰인력의 증원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강력한 반범죄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임 중 무려 10만 명의 경찰관을 증원했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도 범죄와의 전쟁을 내세워 ‘치안안정법’을 제정하면서 경찰관 1만3500명을 증원하고 5년간 56억 유로(약 6조7000억원)를 투입했다. 일본은 오랜 경제불황에도 2002년부터 4년 동안 경찰인력을 1만 명이나 증원했다. ‘안전’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는 경찰관 2만 명을 증원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계획대로 증원이 이뤄지면 2017년엔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가 현재 477명에서 424명으로 낮아진다. 계획대로라면 프랑스(경찰 1인당 273명)나 영국(1인당 379명), 독일(1인당 310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호주(1인당 450명) 선에는 근접하게 될 것이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라는 목표를 위해선 체계적인 경찰활동 전략을 세워야 한다. 경찰관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안전한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드웨어만큼이나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적인 경찰 관련 정책의 흐름은 1970년대 미국에서부터 태동된 지역사회 경찰활동(Community Policing)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는 많은 경찰력을 투입하고 범죄에 대응해 왔으나 정작 주민들이 치안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는 자각에서 출발했다. 구체적으로 지역사회 경찰활동이란 경찰이 단순히 범죄억제자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경찰들이 지역사회 경찰활동을 전략으로 채택해 주민에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독일은 범죄문제와 사회적 무질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州)별로 국가기관과 지역사회 관계기관 간 협력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시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경찰관들의 업무부담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한국 경찰도 경찰 증원을 통해 어느 정도 수준의 하드웨어가 확충되면 앞으로 주민생활과 더 밀접한 활동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경찰활동을 선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한국의 경찰도 오래전부터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하겠지만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성공적인 지역사회 경찰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위원장 심대평)에서 논의 중인 자치경찰제도의 도입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최천근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cheongeunchoi@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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