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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건보공단 '담배 소송' 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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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 “흡연으로 질병이 생기면 환자 진료비·치료비의 상당 부분을 급여로 지출하는 만큼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담배회사들은 “흡연자 스스로 담배를 피운 것인데 왜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담배 소송을 둘러싼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흡연에 따른 보험재정 손실 받아내야

김성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의사

지난달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회는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안을 의결했다. 건강보험제도의 건전한 운영을 바라는 국민의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담배의 폐해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담배에는 60종 이상의 발암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의 중독성은 헤로인, 코카인, 마리화나, 알코올은 물론 최근 사회문제가 된 프로포폴보다 높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흡연자의 질병 발생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훨씬 높다.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발암 비율을 보면 남자의 경우 후두암이 6.5배, 폐암이 4.6배, 여자의 경우 후두암이 5.5배, 췌장암이 3.6배로 건강에 대한 흡연의 영향은 명확하다. 2012년 전체 사망자 26만7221명 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5만8000명을 넘어서고,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한 해 10조원에 이르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흡연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위해의 정도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매우 심각하다. 금전적 제재를 통해서라도 담배사업은 억제돼야 한다. 둘째, 흡연으로 인한 질병치료에 추가로 지불되는 건강보험재정이 매년 1조7000억원(2011년 기준) 이상에 달한다. 그럼에도 담배회사들은 한 해에 수천억원의 수익을 누리고 있다. 셋째, 흡연은 자율적인 선택의 결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니코틴의 중독성을 조장한 담배회사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흡연자는 담배 1갑당 354원의 부담금을 지불하고, 흡연으로 인해 비흡연자를 포함한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1조7000억원을 보험료로 부담한다. 반면 흡연피해 원인 제공자이자 수익자인 담배회사가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은 것은 불공평하므로 이를 바로잡는 것이 사회정의에도 부합한다. 이는 노동현장에서 발생한 부상과 질병에 대해선 건강보험공단이 아니라 그 노동으로 인한 수익을 누리는 사업주들이 부담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책임지는 것과도 비교된다.

 건강보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보험자로서 공단이 이러한 흡연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그 책임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미국의 경우 흡연으로 인한 질병 치료로 메디케이드라는 건강보험 제도에서 발생한 손실은 엄청나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1990년대 50개 주(州)정부들이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수백조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패소의 위험성을 직감한 담배회사들은 서둘러 합의로 소송을 종결하기로 하면서 1998년에 약 2050억 달러, 즉 현재 우리 돈으로 210조원이 넘는 돈을 물어주기로 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메디케이드 손실을 줄이고 담배 유해성에 대한 조사연구 및 미성년자들의 담배 사용 규제를 하는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이제 우리 차례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찬사를 보내고 있는 우리 건강보험제도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그리고 담배로 인한 질병과 조기사망의 피해를 줄여나가기 위해 담배회사에 책임을 구하는 소송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김성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의사

결국 흡연자만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

전원책
자유경제원장
변호사

언제부터인가 담배는 ‘죽일 놈의’ 물건이 됐다. “아직도 담배 피우십니까?”라는 말은 이제 상대에 대한 경멸의 말로 쓰인다. 간접흡연은 마치 이웃에 대한 살인행위로 인식될 정도다. 담배로 엄청난 세수를 거두면서도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넘쳐난다. 아마 앞으로는 흡연자는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될 수 없을 것이다. 공공건물이 다 금연빌딩인데, 무슨 재주로 공직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국가가 만든 담배를 배운 죄로 흡연자는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만병의 원인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설사 누가 백해일익하다고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 병의 원인이 아닌 것이 얼마나 될까. 그러면 술은 건강에 나쁘지 않나. 적어도 담배는 술처럼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살인과 상해,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죄의 절반 이상은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다. 담배를 피우고 환각상태에 빠져 범죄를 저지르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술에 중독되면 간경화를 거쳐 간암에 이른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왜 술에는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지 않는가.

 느닷없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소송을 한다. 그러니까 담배로 인해 병이 나고 치료비가 들었으니 그 돈을 담배회사가 내라는 건데, 바꿔 말하자면 흡연자가 그걸 물라는 말이다. 담배회사가 패소하게 되면 담뱃값에 당연히 전가될 테니, 건강보험공단이 흡연자에게 소송을 낸 셈이 되는 것이다. 이미 담배에 붙이고 있는 건강증진기금은 특별부과금이다. 법리상 당연히 흡연자를 위해 써야 한다. 그런 논리로 건강증진기금은 구멍 난 건강보험에 보태진다. 그런데 또 내라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다. 금연하면 평균 수명이 길어지겠지만 담배가 원인이 아닌 다른 질병으로 언젠가는 병원 신세를 진다. 그리고 죽는다. 그러니까 흡연이든, 아니든 병의 원인과 그 병이 오는 시간이 다를 뿐 인간은 언젠가는 죽음의 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데 왜 담배로 인한 질병의 치료비를 흡연자가 책임져야 하는가. 게다가 흡연자는 이미 충분히 건강증진기금이란 걸 내고 있다. 더 나아가서 같은 논리라면 술 회사와 자동차 회사는 왜 치료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가.

 결국은 서민만 두 번 죽이는 결과가 된다. 과거 전매청이란 이름으로 담배산업을 독점했던 정부도 머리가 아플 것이다. 담배와 질병 간 인과관계가 성립하려면 최소한 30년은 담배를 피웠어야 할 터이니 정부도 구상권 대상이다. 이 소송은 아마도 미국 주(州)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흉내 낸 모양이다. 주정부가 소송을 제기하자 담배 세금이 거의 붙지 않는 그곳에선 담배회사가 덜렁 합의해줬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우리 건강보험공단, 간은 정말 크다. 아직은 서민들의 기호품인 담배로부터 돈을 뜯겠다는 발상을 하니 말이다. 정치인이면 표 날아갈 것 같아 꿈도 못 꿀 생각을 하는 공단의 진짜 목적은 국민건강인가, 돈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전원책 자유경제원장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