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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신비 덩어리] 2. 맨틀에 도전하는 인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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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인류가 지구의 '속살'에 해당하는 맨틀에 도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일본이 지난해 1월 오카야마 미쓰이 조선소에서 제작을 마치고 진수식을 가진 5만t급 '치큐호'가 맨틀에 도달할 정도인 7천m 시추를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제까지 인류가 파고들어간 깊이는 2천m가 고작이었다. 2005년 완공을 목표로 5백67억엔(약 5천7백억원)을 들인 치큐호는 기존의 시추선이 갖지 못한 연속 시료 채취 가능 장치와 분출방지 시스템을 갖춰 7천m까지 충분히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측의 주장이다.

치큐호는 현재 나가사키 소재 미쓰비시 제작소에서 굴착기를 장착하는 중이며, 2006년 10월 시추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인류는 왜 맨틀에 도달하려 애쓰는 것일까. 맨틀은 지구의 핵을 둘러싸고 있는, 미미하지만 움직이는 고체라는 게 지금까지의 학설이다.이 고체가 움직이면서 서로 부딪치면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일어나는 등 지각이 변동한다. 맨틀이 움직인다는 것은 1928년에 홈즈가 주장했다.

그러나 단지 학설일 뿐 어느 것 하나 실제 눈으로 볼 수 있게 보여주는 식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구 속을 들여다 보자는 것이다.

인류가 땅 속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미국을 주축으로 현재의 G7 국가들이 공동으로 '글로마 챌린저'라는 시추선을 건조, DSDP(Deep Sea Drilling Program) 사업의 닻을 올렸다.

이곳 저곳에서 판 구멍의 깊이를 모두 합하면 97㎞에 달한다. 여기서 해저 시추시료를 채취,해양지각이 중앙해령에서 새롭게 형성되어 해구에서 소멸된다는 사실과, 해양지각이 크게 3개의 층으로 구성되었다는 기존의 이론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83년 새로운 시추선 '조이데스 레절루션'호를 건조하며 시작된 해저시추프로그램(ODP)은 주로 미래의 기후변화를 예측하고자 하는 연구와 해저 유용자원의 형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2003년 현재 모두 21개국이 사업에 참여, 최근까지 약 1천곳 이상을 시추해왔다. 구멍을 파는 곳은 주로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 이뤄진다. 땅 위에서 파는 것보다 깊은 바다에서 파는 것이 더 지구의 깊은 곳에 빨리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5만달러(약 3억원)를 내고 97년 국제컨소시엄에 합류한 이후 매년 1명의 국내 과학자를 파견, 공동연구를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해양지각의 밑에는 무수히 많은 메탄 자원이 고체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제성을 만족시키지 못해 손을 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동해의 생성과정과 해저자원의 부존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ODP시추선을 유치하기 위한 시추제안서를 작성 중이다. 울릉도 인근의 기반암은 해양지각과 육상지각의 중간형태를 띠고 있다.

현무암으로 구성된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퇴적층인 분지에 해당한다. 이 지역을 파는 것은 석유를 찾으려는 목표도 있다.

지금까지 석유공사에서 수심 2백m 이내의 대륙붕만 시추해봤을 뿐이다. 그 이상 넘어가는 수심에서는 하나의 구멍을 시추하는데 드는 비용만 1천억원 이상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현철 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물리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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