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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김황식·이혜훈 … 빅매치 흥행 뒤끝은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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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로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요청받았다. 김 전 총리는 6일 “황 대표가 전날 서울시장 출마 뜻을 갖고 나서 달라고 부탁하는 공식 제안을 했고, 나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고 과연 내가 서울시장에 적합한 사람인지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조금 가져야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날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사회통합을 주제로 특강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김 전 총리는 “심사숙고할 것은 두 가지로, 여권 시장후보로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과연 나인가 하는 점과 단순히 승리를 넘어 내가 서울시를 맡아 책임감과 비전을 갖고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나 자질이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언제 공식 출마선언을 할진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새누리당의 제안을 거절하진 않았다. 더욱이 당내 경선에 부담감이 없느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그것(시장 출마)에 뜻을 세운 사람이라면 부담을 따질 입장이 아니다. 룰에 따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 가지고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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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이회창, MB 밀자 홍사덕 포기

 새누리당은 김 전 총리의 이런 입장을 사실상 출마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훌륭한 경륜을 가진 세 분이 나섬으로써 최고 명승부의 대진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대진표란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의 3파전을 뜻한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강세인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을 새누리당이 따라잡으려면 경선 흥행을 극대화하는 게 급선무다. 그런 면에서 3파전은 빅매치가 될 수 있다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그러나 불안 요소도 있다.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포함)의 서울시장 경선이 뒤끝이 안 좋은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은 당시 홍사덕 의원이 앞선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전 의원이 이회창 총재 측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판세가 뒤집혀버렸다. 화가 난 홍 의원은 경선 포기를 선언한 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며 이 총재의 당무퇴진을 요구하는 직격탄을 날렸다.

 2006년 경선 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측이 맹형규 의원(중도 의원직 사퇴)을 밀었고, 이명박 서울시장 측은 홍준표 의원을 지원했다. 열린우리당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시장 후보로 투입하자 한나라당도 대항마로 오세훈 전 의원을 막판에 끌어들였다. 오 전 의원은 대중적 인기를 무기로 출마 선언 16일 만에 역전승에 성공했다. 이명박 시장이 자기를 버리고 오 전 의원을 밀었다고 생각한 홍 의원은 두고두고 배신감을 표출했다.

2006년 홍준표, 2010년엔 원희룡 반발

 오세훈 시장이 재선에 나선 2010년 경선도 시끄러웠다. 도전장을 내민 원희룡 의원이 “광화문광장은 실패작” “오 시장은 강남 오렌지 시장”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경선에서 나경원·원희룡 의원은 후보단일화까지 성사시키며 오 시장을 괴롭혔다. 오 시장이 “재선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경선 후유증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친박계 핵심 그룹이 김황식 전 총리를 선호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김 전 총리가 경선에서 이기려면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이 필수다. 정 의원은 당내 비주류의 핵심 인사다.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이재오 의원과도 가깝다. 경선이 벌어질 경우 계파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번에도 친박·비주류 갈등 가능성

 친박계가 당내 주류라고 해도 서울만 놓고 보면 비주류의 세가 만만찮다. 정 의원 입장에서도 경선에 참여했다가 패배하면 큰 상처를 받게 되기 때문에 총력전으로 임할 게 분명하다.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촉발될 수도 있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조직과 인지도에선 열세지만 ‘개인 전투력’은 만만찮다.

 그래서 황우여 대표는 특정인을 민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당직자들의 입단속을 지시했다. 황 대표가 이날 오후 이혜훈 최고위원과 단독 회동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 일각에선 정 의원이나 김 전 총리 모두 자신의 승리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막판에 경선을 접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하 기자, 광주=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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