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춘 셋, 참 복고적인 사랑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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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왼쪽부터 박현수(퍼커션·편곡), 유지수·최기덕(작사·작곡·보컬).

모름지기 피끓는 청춘이라면 ‘널 갖겠다’는 허세쯤은 부려 볼 법도 한데. 여기 이 수줍은 어쿠스틱 밴드 ‘참깨와 솜사탕’(‘참솜’)은 “날 꼭 잡아주오”라며 얼굴을 붉힌다. 90년대에 태어난 최기덕(24 )·박현수(23 )·유지수(21 ), 이 세 명의 청춘에게 사랑은 쟁취가 아니라 주저하다가 놓치고 청승떨다가 찌질해지는,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때 발생하는 역설은 그럼에도 사랑은 20대의 전부란 점이다.

 발랄하면서도 절절한 이 ‘사랑 루저’들의 멜로디에 끌려 4일 ‘참솜’을 만났다. 최근 두 번째 미니앨범 ‘마음거리’를 발표한 이 밴드는 대표적인 인디레이블인 파스텔뮤직이 선택한 신예다. 음악을 전공한 멤버는 없지만 작사·작곡을 직접 하는 실력파다.

 “지난해 나온 1집 미니앨범 ‘속마음’이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넘어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후반 작업도 직접 할 수 있는 프로가 된 것 같아요.”(기덕)

 ‘참솜’은 2009년 고등학교 동창인 기덕과 현수가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면서 시작됐다. 지금은 스타가 된 10센치와 함께 거리 공연을 했는데, 이대로라면 도저히 형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여성 보컬 지수를 영입했다. 복고적 감수성이 단단히 흐르는 기덕의 목소리에 청명하면서도 처연한 지수의 음색이 얹어지면서 ‘참솜’의 특별함이 완성됐다. 특히 짝사랑의 감정을 남녀가 각각 1·2절로 나눠 부른 타이틀 곡 ‘잊어야 한다는 게’는 이들의 매력이 잘 녹아있다.

 “사실 사랑을 잘 모르는 나이라서요. 연애를 어떻게 하는 건가요. ‘찌질한 남자, 혹은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상상해서 써요. 음, 제가 찌질해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기덕)

 ‘참솜’의 전공이 사랑이긴 하지만, 이 시대에 20대로 살아가는 고민도 있다. 대학생 지수가 만든 ‘어쩌면’의 가사를 보자. ‘너도 나도 명품가방 하나씩 장만하는 사이 괜히 주눅들고 으쓱대는 우리는 참 우습다’.

 “ 브랜드나 가격만으로 가치가 정해지고 그게 교양이라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아닐까요”(지수)

 경쟁을 체득하고 태어난 이 시대 청춘을 대신해 ‘참솜’은 천천히 걷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미래가 불안하진 않아요. 이번 앨범이 안되면 뭐 다음 앨범이 잘 되면 되고요. 우리 감정에 충실해서 노래를 만들면 사람들도 공감해주지 않을까요.”(현수)

 그런데 왜 ‘참깨와 솜사탕’일까. 책가방 속 묵힌 빵에 흰 곰팡이가 핀 걸 보고 현수가 ‘참깨와 솜사탕’같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거창한 포부는 없지만 오로지 재미있어서 시작한 음악적 초심이 담긴 팀명이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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