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석유파동의 제2「라운드」가격인하가 남은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석유파동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비록 공급제한은 풀렸지만 가격은 여전히 폭등한 상태인 것이다. 석유위기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다고 하는 미국 한나라만도 74년 석유수입액이 무려2백50억「달러」에 이른다. 석유파동은 또한 세계무역·통화협상·경기전망 등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미·일·불·영·이·「네덜란드」등 서방6대 공업국의 74년 석유수입액은 8백40억「달러」로 73년 수입액 2백86억「달러」의 근3배에 이른다. 영국은 이러한 막대한 석유수입 때문에 무역흑자가 적자로 반전될 전망이고 일본은 외무보유고가 눈 녹듯이 줄어들고 있다. 「이탈리아」는 아예 국제수지가 파산지경이어서 연간 1백30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되고있다.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빚진 1백억「달러」의 차곡 상환이 막연한 실정이다.
미국은 석유수요의 3분의2를 국내생산으로 충족하고도 5월 한달 동안에 석유수입 대전으로 22억「달러」를 지불했다. 그 위에 미국의 주력수출품인 농산물가격이 최근 들어 계속 떨어져 5월중의 무역수지는 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가격의 폭등으로 비산유국들이 외화여유가 없어 미국수출품의 구매를 줄이는 바람에 미국은 국제수지 면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곡물·원면·축산물뿐만 아니라 비행기·대형「플랜트」등 미국의 주력상품수출이 현저히 줄고있다.「이탈리아」는 국제수지 파탄을 막기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면서 수입제한조처까지 취하고 있다. 일본 등「아시아」제국도 농산물 수입량을 줄이고 있다.
미 농무 성은 미국의 농산물수출이 73년의 2백10억「달러」에서 74년엔 20억∼40억「달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석유수입대전의 증가로 인한 비산유국의 공통된 국제수지압박은 국제무역 및 통화전쟁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킬 불씨가 되고있다. 때문에 IMF·국제결제은행 등에선 세계 각 국이 74년의 석유위기를 지혜롭게 넘기기 위해선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국제협조 화 자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배럴」당 20「달러」선의 높은 원유 가가 다시 내려가 석유파동으로 인한 무역적자전망이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특히 미「사이먼」재무장관과「부츠」농무 장관은 원유 가가 틀림없이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 높은 원유가로선 소비억제를 강제하여 재고가 쌓이기 때문에 산유국들이 원유 가를 인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비 공산세계의 잉여원유생산량은 하루 1백50만 내지 3백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 되고 있다. 최근「쿠웨이트」에서 실시한 원유경매에서 40개 업체가 참가했으나 응찰가격이「쿠웨이트」가 예정한 공시가격「배럴」당 11·54「달러」보다 모두 낮아 결국「쿠웨이트」는「배럴」당 10·95「달러」에 팔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9백만「배럴」을 생산, 세계최대의 원유수출국인「사우디아라비아」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원유 가의 인하를 역 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의 높은 원유가격으로선 석유수입 국의 경제를 파멸시켜 결국 산유국들도 공동피해를 보게되므로 원유 가를 내리자고 OPEC(석유수출국회의)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미 3개월 전부터「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대한 금수조처를 해제하고 생산감축도 풀었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석유를 얻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석유대전을 지불하느냐로 바뀐 것이다. 돈만 있으면 석유는 얼마든지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석유파동의 마지막 남은 문제는 원유 가의 인하로 귀착된 것이다. 석유 가의 인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 그것이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