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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잔 학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TV석간「뉴스」를 보며 모 골이 송 연해졌다. 차마 똑바로 눈을 뜨고 바라볼 수가 없었다. 모든 시청자들도 그랬을 것이다. 아버지가 친자와 아내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심리는 무엇일까. 혹시『아빠, 왜 저 아버지는 엄마와 아이들을 쏴 죽였어요?』하고 물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TV를 끄고도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 「잔학」의 현장은 이처럼 많은 사람에게 더할 수 없는「인간혐오」(misanthrope), 좌절 그리고 절망감을 주었을 것이다.
『인간은 도대체 얼마나 잔학한가』를 실험해본 심리학자가 있었다. 미국「예일」대학의 「밀그램」(Milgram) 박사는 그 심리실험을 위해 미국의 정상적인 남자 1천명을 피험자로 동원했다.
박사는 그 남자들에게『선생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선생 역을 맡은 남자들 앞에서 학생들이 학습을 받아야했다. 이때 학생들이 선생의 질문에 틀린 대답을 하면 벌로 생도들에게 전기「쇼크」를 주는 실험을 하려는 것이다. 선생은 그「버튼」을 쥐고있었다. 실험은 약한 전류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차차 강해지는 것이었다. 생도들의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도 전류에 따라 차차 격해져 갔다.
선생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런 잔인한 실험은 그만 두자』는 항의도 나왔다. 그러나 「밀그램」박사는『중요한 실험이니 계속해 달라』고 말했다. 결국 3인중에 한사람은 중도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식은땀을 흘리며 실험을 강행했다. 전류는 최고 4백50「볼트」까지 올라갔다. 선생들은 사전에 전류가 올라가면 생도들은 죽을 위험이 있다는 주의를 받았었다. 4백50「볼트」는 그 한계를 이미 지난 전압이었다.「밀그램」박사는 이 실험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때까지 잔학한 사람은 1만 명에 한 명쯤 된다고 추정하고 있었다.
(물론 이 실험은 잔인한 것이다. 그러나 선생의「버튼」은 한낱 거짓이었다. 전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일부러 충격을 받는 체 했을 뿐이다. 하지만 선생들은 그 사실을 전연 모르고 있었다. 이 실험이 끝나고 선생들은 정상심리를 되찾기 위해 정신외과의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 실험은 평상시에 정상인에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의 인간은 또 다를 것이다. 더구나 그가 추적을 당하고 있는 막다른 골목의 범인이라면 그의 잔학성이 어떠리라는 것은 이 실험의 유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범행이다. 이들「카빈」살인강도범들은 2년여를 두고 범행을 반복했으며 결국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만일 그 범인들이 사건직후에 붙잡혔다면 이런 처절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모 골이 송 연한 비극은 우리사회일각의 어떤 허점을 보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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