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본 한국의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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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중순「스톡홀름」에서 열렸던 국제청소년음악연맹(FITM) 제29차 총회와 다섯 번째로 맞이하는 세계청소년교향악단의 제전 등에 참관했던 나는「유럽」각지를 여행하면서「유럽」에 비친 한국음악의 위치와 한국의 음악문화의 향방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
영국에 가니까 마침「로열·페스티벌·홀」에서「뉴·필하머니어·오키스트러」를 원경수씨가 지휘를 하였다. 조그마한 체격의 원경수씨가 날카로운「바통」으로「오키스트러」를 능란하게 지휘, 그 감격의 환호를 맛보게 해주었다.
그런가 했더니 다음날 석간은 한국의「바이얼리니스트」강동석씨가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칼·플레시·콩쿠르」에 2등 입상했는데 몹시 애석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런던」의 어떤「매니저」는 지난번「피아니스트」백건우씨의「런던」연주가 좋았다며 또 다른 정경화·김영욱이 없느냐고 나에게 질문을 한다.
「벨기에」의「주네스·뮤지컬」본부에 들렀더니 한국의 음악도가 국제「캠프」에 4명이나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난번 백악호 교수의 연주회를 인상깊게 들었다고 덧붙인다.
독일에 오니까「베를린」방송에서는 신수정씨와「토마스·브란디스」가 공연한「멘델스존」의「소나타」방송예고가 한창이다.
「오스트리아」에 이르니「레코드」가게마다 김영욱·정경화씨 등의「디스크」광고가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그런가하면「빈」에서 첫 연주회를 가진 세계청소년교향악단 연주회장에는 태극기가 게양되고 그 밑에서 두 젊은 연주자 이택주·이화영이 세계젊은이들과 나란히 연주한다. 지휘자「마이클·틸슨·토머스」는 연주 뒤 각별하게 이들에게 찬사를 한다.
물론 정명훈씨의「차이코프스키·콩쿠르」입상소식도 그곳에서 접했다.
이런 음악예술활동을 통해서 그곳 사람들은 한국문화와 한국에 대한 인식을 점차로 높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 나는 여기에서 한국음악문화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연주가가 고국을 떠나 현지에서 공부하고 또 그러한 배경으로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 또 급기야는 구미에 귀화하여야하며 그러면서도 그곳에서는 떳떳한 입장을 못 한다는 점, 조기 천재교육이라는 집착 때문에 일찍부터 해외유학을 서둘러야 된다는 교육환경, 또 서양음악의 전통적인 곡조는 연주해도 정말 한국의 작품하나를 그들의「레퍼터리」에 낄 수 없다는 현실 등 정말로 한국음악문화의 개화에 앞서 문제들이 산적했다.
그렇다고 지나친 어떤 틀 속에 얽매인 상태를 원하는 것은 아니고 정말로 우리 것으로 향유할 수 있는 음악문화의 존립을 기대하고 싶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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