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개정의 목적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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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지법을 개정하여 농지제도를 경제현실에 맞게 고침으로써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농지보전 대책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농수산부는 구체적인 법개정안을 마련중이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농지법 개정방향은 정부가 공식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논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농지법의 개정은 농업생산 체제의 근간을 고치는 일이므로 너무 성급하게 추진해서는 안될 것은 물론 보다 전문적이고도 현실적인 의견을 널리 들으면서 문젯점을 충분히 점검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농지법의 개정취지가 기업농의 확대나 농업기계화의 추진에 있는 것이냐, 아니면 식량증산에 있는 것이냐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농지법 개정시비는 끝내 모호할 것이다.
다음으로 농정이 식량증산을 통한 농가소득의 증대를 추구할 것이냐, 아니면 이른바 상품농업의 확대를 통해서 농가소득을 향상시킬 것이냐를 분명히 해야한다. 이 점을 또한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농정의 초점이 흐려지게 마련일 것이다.
전자를 추구한다면 미맥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농지제도와 농가소득정책이 요청되는 것이며, 후자를 선택한다면 고등원예·특용작물·과수원예·목축용지 등에 농지가 전용되어 그 때문에 식량수입의존률은 증가할 것이다.
또 식량증산을 당면한 농정의 초점으로 인정한다하더라도 그 수단으로서 농업기계화나 기업농에 꼭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되느냐에 대해서도 깊은 검토가 있어야한다. 어차피 우리의 농지면적으로 보아 조방 농업을 기대할 수는 없으며, 농정은 토지생산성의 제고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기계화가 토지생산성의 제고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보다 치밀한 검토를 가해야한다.
물론, 공업화의 진행에 따라서 요청되는 노동력을 농촌에서 공급해야한다는 장기적 과제에 대비하여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당분간은 이 문제 때문에 농지법을 개정해야 할만큼 절실한 것은 아니다.
또 농지소유의 자격제한과 상한규제 및 임대경작의 양성화 등 문제를 어떤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는지도 명료히 해둘 필요가 있다. 농지소유의 자격을 완화함으로써 도시자본을 농촌에 유입케 하여 농업생산성을 제고시킨다는 생각은 농지와 농촌문제의 역사적 추이로 보아 공상에 가까울 뿐 아니라, 경제성으로 보아서도 비현실적이다.
도시자본의 논리는 그것이 상업자본이건 산업자본이건 이윤율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윤율이 일반산업에서보다 농업에서 높다는 가정은 적어도 정상적인 자본제 경제에서는 생각할 수 없다. 물론 과거와 같은 본격적인 소작제도가 부활된다면 토지투자에서 보다 높은 이윤율을 기대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그러한 가정을 전제로 농지법을 개정할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자본의 유입은 부동산투기이외에 남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요컨대 농지법개정의 근본목적이 무엇이며, 그것이 농정의 당면과제와 어떻게 연관되는 것인가, 그리고 농정의 당면과제를 충족시키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으로서 농지법이 꼭 개정되어야 하는가하는 근본문제를 분명히 해야만 농지법개정문제는 옳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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