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 만원 세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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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온 세계의 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미국의 의원이다. 처우가 최고이니 그럴 만도 하다.
미국의원의 기본연봉은 약 1천 만원이지만, 그밖에 받는 것도 수두룩하다. 출마지구의 사무소유지비로 50만원, 사무원 고용 수당 7백20만원, 「워싱턴」으로부터의 장거리 전화를 연간 1천4백40회 걸 수 있고, 전신·전보대 1백42만원, 사무용품대 63만원 등등.
이런 현금지급 이외에도 혜택은 또 있다. 가령 무료의 의료·식사·이발·입회금 2백 만원짜리 수영「풀」장의 무료사용 등….
한편「에이레」의원의 연봉은 2백50만원이며, 서구에서 최고봉을 받는다는「이탈리아」의원의 연봉은 8백25만원. 평균을 따진다면 서구의원은 4백 만원 선이 된다.
의회제도의 모범이라는 영국의원들에 대한 대우는 놀랍도록 인색하다. 그들의 기본급은 주당 9만원이 채 못된다. 여기에 선거구와「웨스트민스터」까지의 무료교통비로 연간 1백 만원, 그리고 비서수당이 따로 있을 뿐이다.
이렇게 의원의 대우가 푸짐하지 못하면서도, 서구 국민들은 늘 그들의 의원들이 처우에 어울릴 만큼 일을 많이 하고 있는지를 따지려고 한다. 지난 4월에도「유럽」의회의 예산위원회에서는 의원에게 너무 많은 경비를 지급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기까지 했다.
EC 9개국을 대표하는 구주회의는 의원에게 일체의 급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여행·숙박·식사·비서 등의 비용을 위한 특별수당과 회의 중에 한한 일당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공용에 썼다는 증명이 없으면 그것도 과세대상이 된다.
왜 고정적인 연봉이 없느냐는 것을 구주의회의 사무국장은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고정급제의 의원은 일당제때처럼 규칙적으로 출석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직무에 태만한 의원에게서 벌과금을 받는 나라도 있다. 5백 만원의 연봉을 받는 남「아프리카」의 의원은 의회출석일수가 소정일에 미달이면 1일당 3만원씩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연봉 4백20만원 이외에는 비서수당도 별다른 특전도 없는「노르웨이」의원들도 의회에서의 태도가 부실하면 경고처분을 받는다.
대우가 이렇게 나쁘면서도 구주나 영 연방의 의원들은 의회관계 일만으로도 적어도 주에 63시간씩은 일한다. 여기에 외교며 공적교제에 빼앗기는 시간과 경비를 생각한다면 의원으로서의 직무를 다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여기에 비기면 우리나라의 의원직이란 세계에서 가장 달콤한 꿀단지일지도 모른다. 국회에 안 나간다고 견책 받지도 않는다. 언제든지 얼마든지 외유할 수 있다.
비록 연봉은 미국의 의원보다는 다소 낮다하지만 하는 일은 몇 곱 적다. 선거민도 훨씬 덜 까다롭고, 또 다루기도 쉽다. 국회사무처에서는 또 의원의 세비를 1백5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한 모양이다. 그것도 대부분이 과세대상에서 빠지는 수당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나라 일을 도맡은 참다운 선량이라면 그 이상의 대접이라도 사실은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괘씸한 것은 지금 세비인상을 요구한 심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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