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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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약20년 동안 창작에서 거의 손을 떼다시피 해 온 중진 작가 허윤석씨(60)가 침묵을 깨고 원고지 4백장짜리 중편 『타인을 대행하는 두뇌들』을 「현대문학」 8월 호에 발표, 문단의 주목을 끌고 있다.
34년 「조선문단」에 단편 『사라진 무지개와 오뉘』를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한 허씨는 50년대까지 도시를 떠난 자연 속에서 인간의 구원을 모색하는 작품들을 써 왔으나 고혈압으로 졸도한 후 줄곧 작품 활동을 중단해 왔었다.
기동이 불편하면서도 73년 「문학사상」 8월 호에 단편 『초인』을 발표하기도 했던 허씨는 이번에 발표한 『타인을 대행하는 두뇌들』에서 과거의 작품 경향을 탈피하려는 끈질긴 집념을 보여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것은 『작품에 있어서의 「리얼리즘」은 자기 체험이 승화되어야 한다』는 스스로의 이론이 뒷받침된 것이라고 한다.
최근까지도 황순원 김동리 오영수씨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허씨는 『지금까지 썼던 소설의 관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 『현대문학 그 자체가 막다른 길에까지 도달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작품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꿈에다 현실을 가져다 놓고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그린 후 인간의 갈등과 인간의 구원을 그린 『타인을 대행하는 두뇌들』은 3부작으로 구상하는 대작 『구관조』의 일부가 되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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