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환군 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숨도 못 잤어요. 기쁩니다. 정말 내 아들이 세계에서 가장 힘센 주먹을 가졌다니-.』 홍수환 선수의 어머니 황농선씨(52)는 말끝을 맺지 못한 채 감격에 눈물부터 흘렸다.
아들이 싸우는 모습을 듣기 위해 어머니 정씨는 경기도 평택군 팽성면 함정리에서 큰며느리 민홍자씨(34)와 함께 3일 서울로 올라와 4일 벌어질 시합이 걱정스러워 한밤을 꼬박 뜬눈으로 새웠다. 황씨는 『수환이가 권투를 한다고 해서 이왕 할 바에야 김기수처럼 되라고 당부했다』고 말하고 『김기수 어머니가 부러웠는데 이제 나도 소원성취를 했다』며 기쁨에 겨워했다.
황씨는 또 『수환이 아버지가 이 영광된 순간을 못 보고 가다니-.』하면서 11년 전에 잃은 남편을 아쉬워했다. 정씨는 아들의 세계「타이틀·매치」가 결경된 후 『매일같이 냉수를 떠놓고 기도를 드렸다』고 말했다.
시동생의 영광을 보러 시어머니와 함께 올라온 형수 민홍자씨도 그 동안 미군들 따라 전전하는 식당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천 부평에서 경기 평택으로 옮기고 하여 『평소 시동생에게 별다른 도움조차 주지 못했다』고 지난날을 아쉬워했다.
어머니 황씨는 『수환이의 왼쪽 귀에서 피가 흐른다』는 방송중계를 들었을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고 말하고 그 순간은 『이긴다는 것보다 아들만 무사하기를 바랐다』고 안타까운 순간을 말했다.
황씨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영리하고 지기를 싫어했으며 고등학교 때 야구선수가 된다고 했으나 시작한 권투를 중도에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격려해 준 것이 오늘의 영광을 낳았다고 흥분과 기쁨 속에 어쩔 줄을 모르고 몰려드는 축하인사를 받기에 바빴다.

<책임감 강한 학생 홍군 키운 은사 말>
중앙중·고 재학 중 4년 동안 담임을 맡았던 은사 박도환교사(40)는 홍수환 선수가 머리가 좋고 책임감이 강한 학생이었다고 「챔피언」의 재학시절을 말해주고 있다.
재학시의 홍수환은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글러브」를 멀리한 적이 없었으며 간혹 결석하거나 수업도중에 졸 때는 있었으나 학업성적은 항상 중간이상이었다고.
중학1학년 때부터 「복싱」을 시작한 홍선수는 어느 날 수업 중에 졸다가 벌을 받게 되자 『선생님, 공부도 열심히 하겠지만 「복싱」을 더 열심히 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습니다』고 호소했고 평소부터 「복싱」에 이해가 깊은 박교사 역시 이를 묵계로 받아들여 오늘에 이룩한 영광의 길이 열린 것이다.
학업성적은 항상 중간이상이나 영어만은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박교사는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