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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치안 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치안국은 각종 경찰 통계들을 근거로 사상 처음으로 「치안 지수」를 계산하여 발표했다. 안전지수·불안지수·경찰 상태 지수 등을 총칭한 것이 이 치안 지수인 듯 싶다.
불안지수는 인구수를 50%, 전과자 및 누범자 수를 20%, 차량 대수를 15%, 비행 청소년 수를 15%씩으로 각각 비중을 나누어 그 백분율을 낸 것인데 이는 일종의 범죄 요인율이라고 하겠다.
이에 대하여 안전지수는 경찰관수 50%, 기동력 25%, 범죄 검거율 25%씩 가중하여 만든 지수로서 범죄 대처 능률이 되는 셈이다.
6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불안 요인은 연평균 13·4%씩 증가하여 72년에는 62보다 2·75배나 악화되었다. 이와 같이 범죄 요인이 늘어났는데도 안전 요인은 연평균 6·6%씩만 상승하고 있어 72년까지 70%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쉽게 말해 치안 상태는 같은 기간 중 2·5배 이상이나 불안해진 것이며,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76년에는 3·9배나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통계지수가 과연 정확하며 가중치의 결정이 정당한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음직하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따라서 「컴퓨터」에 의해 도출됐다고 하는 이번 지수는 범죄 발생율의 개연성을 보다 확실히 계수화한데 의의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경찰이 해결하여야 할 사건은 너무나도 많다. 경찰은 범죄 발생 건수 (50%) 교통 사고 발생 건수(20%) 안전 사고 발생 건수 (15%) 비행 청소년 단속 건수 (15%)를 종합하여 경찰 상태 지수라고 하고 있는데, 범죄 발생 건수·교통 사고 발생 건수 등은 연 21%이상을 상회하여 안전지수의 상승률보다 3배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범죄 검거율 등은 상대적으로 매년 3배나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근 10년간 우리 나라의 도시 인구는 상당히 팽창하고 전과자와 누범자가 늘어났으며 비행 소년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또 범죄는 광역화·대형화·복잡화 해 가는데도 경찰의 대응력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어 시정인의 눈에도 이 불안 요소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요연하다. 62년 이후 행정 공무원의 총수는 수배로 늘어났는데도 경찰 공무원의 수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또 경찰의 장비도 낡아 범죄 예방을 위한 「사이카」조차도 유류난 때문에 「풀」가동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경찰의 기동력과 경찰관수 등이 범죄의 증가 현상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방범대 등의 주민 자치 조직이 생겨났고 예비군 등이 경찰을 돕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또 수사비가 모자라기 때문에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실정이다. 이에 드는 시민들의 부담도 적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돈을 양성화하여서라도 경찰력을 강화하여야만 할 것이다.
치안국은 오는 76년에는 현재의 4만3천5백명의 경관 수의 2·4배인 11만6천6백49명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는데 이러한 요구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찰에 대한 불신 때문에 시민간에 범죄 신고를 하지 않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범죄 발생 건수 등은 실제보다도 훨씬 낮을 것이 예상된다. 서울의 어떤 변두리에선 10여명의 소녀들이 강간을 당하고도 익명으로나마 경찰에 알린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과 절도를 당한 사람 중 신고하는 사람은 피해자의 3분의 1도 안될 것이라는 세론 등은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짐작케 하는 것이다.
경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를 검거하기 위한 것이기에 경찰은 이 같은 본래의 업무에 보다 충실하여야 하겠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치안국의 요망 사항을 보다 신중히 검토해서 치안 경찰의 위신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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