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 200조 펀드 시대] 中. 급팽창 펀드시장, 불붙는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펀드시장의 꽃망울이 다시 돋아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회사 간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200조원 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펀드 운용 및 판매 다툼은 한치의 양보도 없다. 증권.투신의 아성에 은행.보험이 도전장을 낸 가운데 외국계 대형 금융사들까지 가세했다.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기 위한 경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부터 경기도 기흥에 '펀드 상담 콜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증권 간접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이 보다 쉽게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회사측은 현재 40여명인 상담직원을 상반기 내로 12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 최현만 사장은 "은행권의 펀드 판매가 활발해지는 분위기에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 이라고 말했다. 간접투자 시장에선 이처럼 금융업계간 영역이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그래픽 크게보기>


◆ 춘추전국에서 삼국 시대로=전문가들은 뒤얽힌 펀드시장 경쟁 구도가 향후 몇년 안에 '3파전'으로 압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국내 대형 증권 및 자산운용사▶외국계 메이저 금융사▶은행지주 계열사들간의 대결이다. 올들어선 특히 해외 메이저들의 진출이 눈에 띈다.

지난 2월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가 국내 시장에 본격 발을 디뎠다. 자산운용액이 79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계 라자드자산운용도 조만간 상륙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너럴자산운용(SGAM)은 기업은행과 합작,기은SG자산운용이란 간판으로 영업에 나섰다.

'외풍'에 맞서 국내 증권.자산운용업계도 결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대응 전략은 '짝짓기'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다. 특히 오는 6월 출범하는 동원.한투 통합증권사의 행보가 큰 관심거리다. 통합증권사는 펀드 판매잔고만 24조원에 달해 단번에 삼성증권(21조원).우리투자증권(9조원) 등을 따돌리고 국내 1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은행권의 공세도 예사롭지 않다. 은행들은 막강한 '유통 채널'을 앞세워 펀드 판매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전체 펀드 판매에서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LG증권을 합병한 우리금융지주는 자산 운용.판매 시장에서 1위 등극을 내심 노리고 있다. 2007년까지 자산을 50조원까지 불린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하나은행은 이달 내로 숙원 사업인 대한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생존 여부는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안정적 경영을 위해선 자산 운용규모가 2조원 이상 되야하지만 47개 회원사 중 27개만이 여기에 해당한다"며 "특화 상품.서비스를 갖추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치열한 상품 개발 경쟁=산은자산운용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대학교 기숙사 펀드'란 상품을 내놨다. 펀드 자금을 모아 대학교 기숙사를 지은 뒤 이를 운용해 수익을 얻는 틈새 상품이다. 펀드의 진화는 끝없이 전개되고 있다. 선박과 항공기 펀드가 뜨더니, 금과 원유.곡물 등과 연계한 실물펀드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주가지수나 환율에 연계한 펀드는 이미 고전에 속한다. 최근에는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세계 주요펀드에 동시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 오브 펀드'도 급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 도입되는 기업연금 상품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KB자산운용 이원기 대표는 "기업연금시장은 오는 2015년엔 189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금융회사들이 기업연금을 겨냥한 별도의 테스크포스팀(TF)을 구성, 도상훈련에 들어갔다. 하반기로 예정된 보험사들의 펀드 판매 허용도 중요 변수다.

표재용.김영훈.윤혜신 기자

◆ 도움말 주신 분=대한투신운용 김호중 사장.도이치투신운용 신용일 사장.랜드마크투신운용 최홍 사장.삼성투신운용 황태선 사장.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 곽태선 사장.칸서스자산운용 김영재 회장.푸르덴셜자산운용 구안 옹 사장.피델리티 자산운용 에반 해일 사장.한국투신운용 김범석 사장.KB자산운용 이원기 사장.LG투신운용 백경호 사장(이상 가나다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