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찾아낸 아버지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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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버님! 이제야 찻아뵙습니다. 불효자식을 용서해주십시오』-. 6·25 24년만에 아버지의 묘를 찾아낸 김흥주씨(28·무직·서울관악구 신림1동410의22)는 가슴이메어 말끝을 맺지못했다.
지난17일 상오9시쯤 서울동작동국립묘지 장교묘역에서 전후세대인 김씨는 6·25참전용사로 전사한 아버지 김익규씨(50년7월9일 전사·육군중위)의 묘를 극적으로 찾았다.
그 김익규중위는 6·25가 나던해 당시 두돌이 갓 지난 맏아들 흥주씨와 생후20일의 딸 전숙양을 남겨둔채 충북진천415고지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던것.
김씨가 전사한지 5년뒤인 55년 흥주씨는 당시 부대장 한신대령(현합참의장)으로부터 전사통지서를 받았으나 유해를 찾을길이 없었다. 그로부터 3년뒤에는 어머니마저 사망했다.
이때부터 아버지의 유해를 찾아나선 흥주씨는 현충일때마다 대전의 전몰군경 충렬탑을 찾아 아버지의 제사를 지냈다.
67년 여름에는 아버지가 전사했다는 진천의 옛격전지를 찾아 3일동안 헤매다 끝내 묘지를 찾지못하고 그곳의 흙을 긁어모아 병에담아다 책상위에 모셔놓기까지했다.
그뒤 서울로 이사온 흥주씨는 예비군교육훈련에 소집돼 지난17일 국립묘지 미화작업에 나섰다가 뜻밖에도 꿈에그리던 아버지의 묘를 우연히 찾게된 것. 바로 자신이 손질하던 묘지의 비석ㅇ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묘지안내소로 달려가 아버지의 묘임을확인했다.
24년만에 아버지의 묘를 찾은 흥주씨는 『아버님이 못다이룬 일을 대신 이어가겠다』며 아버지의 영전에 다짐했다. <김종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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