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제17화 대기해변에 퍼지는 뱃노래(2)|제4장 관동지방의 한적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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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래신사는 「아스팔트」로 깨끗이 포장된 동해도 국도 제1호선 바로 곁에 있었다.
정강신문사 논설위원인 성야방수씨가 직접 차를 몰아 안내해 주었다.
성야씨는 취재「팀」을 안내하면서『한국 것을 찾으려는 기대와 열망에 가득 차있겠지만 아마 실제로 가보면 실망하고 말걸…』하고 뜻 있는 말을 했다.「오오이소」시가를 벗어나 동북쪽으로 약 2km 달린 끝에 고래신사에 닿았다. 「도리이」가 바로 길가 옆에 크게 세워져 있어 쉽게 눈에 띄었다. 5백여m의 진입로를 지나 둘째「도리이」를 지나자 신사건물이 나타났다.

<본전에 「고려사」본당>
현재의 신사본전이 옛날에는 고려사 본당이었다고 한다. 그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어 불교에 대한 성애를 한마디로 말해준다. 앞뜰 바로 곁에 궁사의 사택이 있으나 아무리 찾아도 대답조차 없다. 주인 없는 널찍한 신사 안을 취재「팀」만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돌아보았다.
신사 뒤에는 자연림이 울창하다. 신사본전건물을 왼쪽 쪽으로 끼고 오솔길을 오르니 고려산에 대한 안내판이 꽂혀있다. 신사 뒤뜰은 바로 고려산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이끼 낀 「도리이」가 또 하나 우뚝 세워져 있다.
고려산 자연림은 신나천현 지정 천연기념물로 동해도 연안에서 상록 광엽수로 된 자연림의 잔존으로 유일한 곳이라고 설명되어있다. 이끼 낀 「도리이」는 고려산 꼭대기에 옛날 또 하나 있었다는 신사로 안내하는 길목 구실을 한 모양이다. 산 속은 덩굴과 광엽수가 서로 엉클어져있다.
또한 기록에는 이 고려산 속에는 고려성지가 있다고 전한다. 높이 1백65m밖에 안 되는 작은 산이지만, 성까지 쌓아 놓았던 것을 생각하면 고구려 도래인들의 끈기에 새삼 놀랄 수밖에 없다.

<다 쓰러져 가는 관음당>
고려사는 신사앞마당 오른쪽에 다 쓰러져 가는 조그마한 관음당 하나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마침 주지가 있어 만나 볼 수 있었다. 지금도 신사와 이 관음당은 별개의 것으로 주지는 전설에 나오는 천수관음보살을 바로 모셨기 때문에 고래신사보다 오히려 이 관음당이 이곳의 근본이 된다고 긍지를 자랑했다.
궁사조차 외출하고 아무도 없어 너무도 고요한 고래신사를 한바퀴 돌아 다시 길가로 나오니 바로 건너편에 「고려드라이브·인」이란 현대건물이 나그네의 눈길을 끈다. 새로 칠한「페인트」도 선명하게 「고려」란 글자가 또렷하다.
명치 때 아무리 「고려」란 글자를 없애기 위해 「고래」로 이름을 바꾸었지만,「고려」란 글자는 역시 이곳에서 살아남아 있는 증거라도 본듯하여 반갑기 그지없었다.
고려산 바로 남쪽에는 주성산이란 조그마한 언덕이 있다. 옛날 야광이 왕의 칭호를 받았던 것으로 보아 이 왕성산도 고구려 도래인들과 연관이 있는 산임에 틀림없다.
왕성산 북동쪽에서는 지금까지 3백기 이상의 고분이 확인되었다.
부구고분이라고 이름하는 이 고분군들은 횡혈식석실의 대표적인 고분으로 유명하다.
앞폭 246cm, 높이 200cm, 오벽은 높이 209cm의 일매석으로 되어있으며 측벽은 두께 44cm의 돌을 깎은 난층적이다. 천장은 폭 300cm 정도로 두께 100cm의 커다란 한 장의 돌로 덮어 만든 석실이 볼만하다.

<「횡혈식 석실」의 고분>
상면에는 관좌로 생각되는 커다란 돌이 놓여 있다. 이곳에서 청동제의 산련화형(숟갈) 1개와 수운기파편·철족파편 등의 유물이 나왔다. 부구고분이란 이름은 옛날 원뢰조란 장군이 사냥을 나와 밥을 지어먹은 터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대기정고분 일람표 설명서를 보면『부구고분은 고구려인의 수장의 묘로 짐작된다』고 쓰여있다.
청동제 숟갈은 길이 7.5cm로 우리 나라에서 흔히 쓰는 길다란 숟갈 모양 그대로이다. 이와 비슷한 숟갈은 나량 흥복사에서도 출토된바 있다.
왕성산을 옆에 끼고 취재「팀」은 「오오이소」시내로 들어와 정역장(읍사무소)을 찾았다.
20여세밖에 안되어 보이는 직원은 친절히「오오이소」의 선제유래와 남하정·북하정 사람들이 나누어 따로 부르는 선가를 비롯, 축제로 읊조리는 본유 등을 모조리「제록스」해 주었다. 여기 옮긴 노랫가락이 그 번역인 것이다. <차항 끝>(다음은 제18화 메밀국수의 성지 심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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