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여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여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의 「라칸」박사의 말이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오히려 남자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8일부터 「프랑스」 여성해방운동 혁명전위대는 「프랑스」여성들의 3일간에 걸친 총 파업을 벌였다.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얘기다. 그 만큼 무서운 힘을 「프랑스」여성들은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치까지도 이미 여성들이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미테랑」을 떨어뜨리고 「지스카르-데스텡」을 당선케 한 것도 따지고 보면 여성표의 힘이었다.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의 여성편집자 「프랑솨즈·지로」 여사의 말을 빌면 지난 65년의 선거에서 「미테랑」이 「드골」에게 진 것도 여성들이 그를 싫어했기 때문이라 한다. 실제로 그때 「미테랑」은 남성표에 한해서는 「드골」보다 많은 52%의 득표를 했었던 것이다.
현재 「프랑스」의 유권자는 남자 1천 4백 20만 명에 여자 1천 6백만 명. 확실히 여성 표가 남성 표보다 1백 80만이나 더 많다. 여기서 실제 투표율을 감안한다해도 전 투표수의 4%를 여자가 좌우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지로」여사의 분석에 의하면 여성표의 중핵은 65세 이상의 할머니 4백 30만 명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들은 언제나 보수파다. 변화를 생리적으로 두려워한다.
지난 65년 선거에서 「드골」에 투표한 것도 좌파 「미테랑」의 변화를 두려워한 때문이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드골」계에 속하는 미남의 「샤방-델마스」가 1차 투표에서 떨어진 것도 할머니들의 보수적인 「직관」이 작용하였다고 「지로」여사는 보고있다.
세 번씩이나 결혼했다는 그의 가정생활도 할머니들에게는 못마땅했다. 어딘가 모르게 멋 부리는 듯한 말투며 음성도 할머니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래서 3자 중에서 제일 믿음직스럽고 착실해 보이는 「지스카르」가 할머니들의 마음을 독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여성해방운동 혁명전위대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젊은 여성들이다. 그녀들의 행동도 일절의 가사에서 손을 떼고 「파리」시청에 오물을 쏟아 붓는 등 매우 젊은 여성들다운 과격한 것들이다. 이런 것을 할머니들이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은 틀림없다. 「아리스토 파네스」가 쓴 희랍 고전극에 <리시스트라테>라는 게 있다.
전쟁으로 드센 남성에 대한 항의로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온 여성들이 남성 거부「스트라이크」를 벌인다는 희극이다.
이런 「스트라이크」에는 할머니들의 지지는 사실상 필요가 없었다.
오늘의 「프랑스」 여성해방운동은 할머니들의 동조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할머니들도 그처럼 과격한 행동에는 고개를 가로 저을 게 틀림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