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발자국 희미한『이집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차와 「버스」에 사람들이 매달려 달리고 닭이 홰를 치며 우는 「이집트」는 문명의 발자국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듯하다. 고대문명의 젖줄이었던 「나일」강은 광활한 농토사이로부드럽게 흐르고있다.
「이집트」에서의 첫관광지 「알렉산드리아」에서 나는 심한 모래바람을 만났다. 시야를뿌옇게 가리며 회오리치는 바람은 이나라가 「사막의 나라」라는 실감을 갖게했다. 이런 바람은 자주 볼수있는 바람이 아니라니 나로서는 좋은 구경을 한셈이다.
늘 보고 싶었던 「이집트」로 올때는 내가슴을 기대로 가득 차게했던 「피라미드」와 「미이라」를 나는 경탄을 금치 못하며 두루 돌아보았다. 수많은 돌하나하나로 거대한「피라미드」를 쌓아올린 「이집트」인들의 끈기, 「미이라」에 집약된 그들의 집념은 이것이 사막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강한 힘인지도 모른다.
낙타를 타고 「스핑크스」가 잇는 관광 「코스」를 가보니 「사하라시티」가 나오고 황량한 사막풍경이 옛날 이길을 오갔을 「아라비아」 대상들의 처절한 의지를 되살려준다. 그것은 너무도 처절하기에 차라리 「로맨티즘」으로 부각되는지도 모른다.
멀리 바다를 건너 이곳에 쳐들어왔던 「나폴레옹」은 「이집트」의 힘의 상징인 「스핑크스」의 코를 깨었으나 말들의 식량을 구하지못해 결국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대왕을 비롯해서 희랍·영국·「로마」제국들도 수없이 침공을 거듭했으나 견디지 못하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하얗게 타는 태양아래 펼쳐진 사막은 이땅의 저력을 느끼게 해준다. 이들이 만일 전쟁의위협에서 벗어날수만 있다면 이러한 저력은 국가발전을 향해 유용하게 쓰여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든다.
누군가가 「이이·비·엠」을 모르고는 중동이나 「이집트」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아이」(I)는 「인시아라」 즉 『하느님의 뜻대로』, 「비」(B)는 「보쿠라」로 『내일』, 「앰」(M)은 「말리신」 즉 『팔자소관』이란 뜻이다.
모든 일을 「알라」신의 뜻으로, 「팔자소관」으로 미루고 날씨가 덥다보니 만사가 귀찮아 또다시 「내일」로 미룬다는 풍자다. IBM의 철학은 차원이 높아지면 「예지의 철학」으로 바뀔수도 있겠으나 일반 대중사이에 이런 풍조가 만연해있다면 생각해불 일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문인들과 접촉을 가질 수 있었다. 「이집트」의 문단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하킴」씨는 『동양의 새』라는 그의 저서에「사인」해주면서『문학인의 직접적인 정치참여에는 흥미가 없으며 정치는 문학의 한소재가 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유창한 불어를 구사하는 그는 마치 학처럼 고고한 인상을 준다.
이곳의 문단은 만만치 않은 편이다. 몇 개월전에 죽은 「타하·후세인」씨는 「노벨」상후보로 오른 적도 있으며 그의 작품들이 「프랑스」에서 출판되어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문단의 전체적인 경향은 「리얼리즘」이나 「로맨티즘」에 흐르는 듯하다.
문화성장관이며 작가인 「유세프·엘시바이」도 만나보았다. 불어로 번역된 그의 단편집을 읽어보니 그의 작품들은 불가능의 슬픔과 「페이더스」에 집착하는 「로맨티스트」의 체취를 풍기고 있었다. <계속>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