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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전공한 셰프 남편, 가야금 전공한 파티셰 아내가 빚는 색다른 요리

중앙일보

입력

호리호리한 체구에 곱슬머리, 날렵한 눈매.

 프렌치 레스토랑 ‘생클레어’ 곽성광(39) 셰프의 첫인상은 요리사라기보단 예술가에 가까웠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경북예고와 추계예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음악학도였다. 바이올린 레슨을 하며 유학 준비를 하던 28살에 문득 요리에 흥미를 느껴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다. 그렇게 1년 어학연수를 한 후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일본 오사카 아베노 츠지 조리사전문학교(이하 츠지학교)에 입학했다. 일본에 간 건 당연히 일본 요리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왜 프렌치로 바꿨을까.

 “일본요리 배우려고 츠지학교를 택했는데, 학교에서 여러 나라 요리를 배우다 보니 프랑스 요리에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이탈리아나 일본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데 더 주력해요. 생선 하나를 구울 때도 어떻게 해야 최상의 맛을 낼까 고민하죠. 반면 프랑스 요리는 다른 재료와 소스를 어떻게 섞어야 생선 맛과 잘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를 궁리해요. 거기에 끌렸어요.”

 음악을 했던 감성이 영향을 준 것일까. 여러 악기의 다양한 음이 조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재료가 섞여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는 프랑스식 요리에 빠진 거다.

 곽 셰프는 “지금 생각해 보면 음악이 요리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음악과 요리에 필요한 감각은 각각 청각과 미각으로 다르지만 소리를 내는 것이나 음식을 만드는 것이나 섬세한 감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다 비슷하다”고 말했다.

 학교 졸업 뒤 실전을 익히기 위해 프랑스 현지 레스토랑에서 2년 간 일했다. 미슐랭 가이드 1스타를 받은 비쉬(Vichy·프랑스 중부지방)의 ‘메종 데 코레’에서의 1년은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고된 나날이었다. 하루 16시간 일했다. 재료 손질 등 준비부터 청소까지 하고나면 늘 새벽 1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힘들었지만 배운 것도 많다. 청소만 2시간 넘게 할 정도로 철저한 위생 관리는 아예 몸에 뱄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송파구 방이동에 ‘생클레어’를 낼 때 그가 가장 원칙으로 삼은 요리 철학은 단순하고 소박했다. 바로 이웃집 놀러가듯 친근한 식당이다. 번잡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여유가 있는 그런 레스토랑 말이다.

 실제로 생클레어에는 그런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있다. 우선 오픈키친인 주방이 그렇다. 주방쪽 벽을 통유리로 만들어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손님이 볼 수 있게 했다.

 “친구집 놀러 가보면 주방과 식탁이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경우는 별로 없잖아요. 전 주방과 홀, 셰프와 손님이 일체감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방이 보이게 만들었어요.”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를 잡은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은, 소위 (길)목 좋은 식당보단 일부러 그 음식을 찾아 오는 단골손님이 많은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손님 한명 한명에게도 단골 대하듯 정성을 다 한다. 진심은 손님에게 그대로 전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번은 가족모임 온 팔순 할머니가 ‘어쩌면 모든 요리가 다 이렇게 정성스럽냐’고 감탄하더니 다음 가족 모임 때 다시 오셨더라고요. 버터를 테이블에 낼 때도 그 위에 유산지를 덮는데, 이런 소소한 것까지 신경을 쓴다며 고마워했죠. 그런 걸 잘 모를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손님들은 다 알더라고요.”

 생클레어의 또 다른 매력은 곽 셰프의 아내 이영(39) 파티셰가 만드는 디저트다. 그 역시 대학(추계예대)에서 가야금을 전공하고 남편과 함께 츠지학교에서 유학했다. 프랑스 요리를 하는 남편과 어울리는 게 뭘까 고민하다 제과를 선택했다. 친구에게 대접하는 음식이라는 생클레어의 콘셉트에 맞게 디저트 역시 정형화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색다른 재료를 첨가하거나 조리법을 변형시킨다. 이 파티셰는 “티라미수에도 아이스크림이나 커피크림 등을 섞어 색다르게 만든다”고 말했다.

셰프의 집

샤프랑이 들어간 조개프랑

① 생클레어

일본 츠지학교에서 각각 프랑스요리와 제과를 공부한 곽성광·이영 부부가 운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생클레어는 곽 셰프 이름(星光)에서 딴 ‘성스러운 빛’이란 뜻의 불어다. 가게 한쪽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항상 따뜻한 볕이 가득하다. 방이동에 위치한 만큼 부부는 매일 아침 가락시장에 들러 신선한 재료를 직접 사온다. 좌석이 많은 편이 아니라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대표메뉴: 복분자소스를 곁들인 한우 최상급 채끝등심 스테이크(코스·6만8000원부터), 샤프랑이 들어간 조개프랑(코스 중 수프)
주소: 송파구 위례성대로 12길 28 (방이1동 163-12)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2시 30분, 오후 6시 30분~오후 9시 30분(매주 화요일 휴무)
좌석수: 18석(룸 없음)
주차 여부: 불가(인근 올림픽공원 공영주차장 이용)
전화번호: 02-424-2585

셰프의 이웃집

방이동 일대는 부부가 대학시절 자주 데이트 하던 곳이자 지금 살고 있는 곳이다. 음악을 전공하던 시절부터 맛집을 찾아다니며 데이트 할 정도로 먹는 걸 좋아했던 부부는 지금도 틈틈이 맛집 데이트를 즐긴다. 뜨끈한 국수부터 달콤하고 바삭한 고로케까지, 부부의 방이동 단골집 5곳을 소개한다.

② 신원오리 장작구이

대표 메뉴: 오리훈제바베큐(1마리·4만2000원), 통삼겹바베큐(500g·2만1000원)

추천 이유: 직접 참나무 훈제를 입혀서 구워낸 오리와 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 현관 근처에서 훈제가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믿을 수 있다. 또 생오리로스 요리는 양파나 감자를 곁들이는 대신 숙주와 부추를 곁들여 식감이 좋은 데다 잡냄새까지 잡아준다.

주소: 송파구 위례성대로 12길 28 (방이동 163-12)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후 1시, 주말 오전 10시~오후 10시 (명절 당일만 휴무) 
좌석수: 112석
주차 여부: 가능(20여대)
전화번호: 02-414-5246

③ 민속손국시

대표 메뉴: 칼국수(6000원), 칼제비(6000원)

추천 이유: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직접 반죽과 면을 만든다. 고기로 우려낸 국물 맛도 기막히게 좋다. 주인 아주머니 인심만큼이나 함께 먹는 겉절이도 일품이다.

주소: 송파구 가락로 42길 16(방이동 162-7)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매주 일요일 휴무) / 좌석수: 48석 / 주차 여부: 불가능
전화번호: 02-412-2514

④ 고(GO)로켓

대표 메뉴: 로켓고로케(1개·1500원), 단호박크림치즈고로케(1개·2100원)

추천 이유: 주문과 동시에 바로 고로케를 만들어 주는 집. 항상 10~15분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서 더 좋다. 바질과 크림소스가 들어가 파스타같은 풍미가 나는 바질크림리조또고로케도 맛있다. 오후 1시가 넘어 가게 문을 열지만 그날 판매분을 오전 내내 준비한다고 한다. 코로케가 느끼하다고 생각될 때 함께 파는 매콤한 떡볶이를 먹으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주소: 송파구 방이동 160-1번지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화~금 오후 1시~오후 10시30분, 토 오후 2시~10시30분, 일 오후 2시~9시30분(월요일 휴무)
좌석수: 14석
주차 여부: 불가능
전화번호: 02-6326-9050

⑤ 다원

대표 메뉴: 런치코스(1만9000원), 탕수육(2~3인분·1만6000원)

추천 이유: 조리학을 전공한 젊은 셰프가 주방을 책임진다. 보통 중국 요리는 다소 느끼한데 이곳 요리는 그렇지 않다. 탱탱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새우가 들어간 냉채요리를 가장 좋아한다. 많이 달지 않은 탕수육 역시 맛있다.

주소: 송파구 위례성대로 12길 12-1 (방이동 164-7)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명절만 휴무)
좌석수: 50석(룸 3개)
주차 여부: 가능(8대)
전화번호: 02-419-7155

⑥ 홈수끼

대표 메뉴: 해산물샤브샤브(런치·1만9800원부터, 디너·2만2800원부터)

추천 이유: 태국식 수끼(샤브샤브) 전문점. 조미료 맛이 나지 않는 육수를 사용해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식전에 나오는 바닷가재 수프도 맛있다. 소스는 3가지가 나오는데 그 중 참깨마요네스 소스가 인상적이다. 백된장이 들어가 고소하면서 느끼하진 않다. 또 직원이 모두 서빙을 해주기 때문에 손님은 먹기만 하면 된다. 가장 맛있는 순간을 알아서 서빙하기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수프와 차, 단호박 파이도 맛있다.

주소: 송파구 방이동 183-6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 (연중무휴)
좌석수: 100석
주차 여부: 발렛(1000원)
전화번호: 02-417-4124

셰프의 대표 메뉴
과일그라탕 푸아그라

재료 (1인분, 사바용 소스와 실사탕은 조리에 최소로 필요한 부피 때문에 10인분 기준)
사바용 소스: 노른자 60g, 화이트와인 45g, 오렌지주스 45g, 설탕 35g
실 사탕: 설탕 125g, 물엿 20g, 물50g, 베이컨 20g, 딸기 1개, 포도2알, 블루베리 4알, 피스타치오 약간, 푸아그라 슬라이스 1개

만드는 방법

사바용(sabayon)소스
1 노른자에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몇번 저어주다 화이트와인·오렌지주스를 넣고 함께 젓는다.
2 냄비에 물을 끓인 후 1.을 중탕하며 계속 저어 거품을 낸다.
3 소스가 두배 정도 부풀어 오르면 공중에서 소스를 떨어뜨리며 ‘8’자를 그려본다. 8자가 선명하게 만들어지면 불을 끄고 식힌다.

실 사탕
1 냄비에 재료를 넣고 170℃까지 끓인다. (온도계가 없다면 내용물이 황금색으로 변할 때까지 끓이면 된다)
2 포크로 내용물을 떨어뜨렸을 때 약간의 점성이 생겨 실처럼 늘어날 때까지 식힌다.
3 홍두깨 2개를 젓가락 놓듯이 한뼘 정도 거리를 두고 평행되게 놓은 후 그 위로 포크 2개를 흔들며 실처럼 얇게 설탕을 뽑아낸다.
4 거미줄처럼 뽑아진 설탕을 손으로 뭉친다.

과일 손질 및 플레이팅
1 딸기는 4분의 1로 자르고 포도는 껍질을 깐 뒤 갈변되지 않게 레몬수에 보관한다. 블루베리 역시 잘 씻어 닦아둔다.
2 푸아그라는 소금과 후추를 약간 친 뒤 잘 굽는다. 베이컨은 바싹 구워 식힌 뒤 잘게 썬다.
3 사바용 소스를 접시에 둥글게 펴준다.
4 푸아그라를 올리고 잘게 썬 베이컨을 위에 뿌린다. 과일을 옆에 올리고 실 사탕으로 장식한다.

TIP 사바용 소스를 만들 때 전기레인지가 아닌 가스불을 이용한다면 중탕하는 냄비를 큰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소스가 들어간 그릇이 쏙 들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가스불은 불이 퍼지기 때문에 열이 골고루 전달되지 않아 냄비벽만 뜨거워질 수 있다. 또 소스를 저을 땐 위에서 아래방향으로 지그재그를 그리며 저어야 재료가 골고루 섞인다. 가장 중요한 건 노른자가 달걀찜처럼 완전히 익으면 안되기 때문에 반드시 중탕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심영주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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