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난사하며 버스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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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속「버스」안…9시쯤=이들은 「버스」안에 있던 승객46명중 남자32명을 모두 하차시켰다.
「버스」에 올라온 범인들은 떨고있는 여자승객들에게 『절대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겠다.안심해도 좋다. 우리는 서울명동에있는 「코스모스」백화점 지하다방에 가는 길이니 그동안인질이 되어달라』고 공손히 말했다고 한다.
「버스」에 타고 있던 변화진양(17·성동구신당동236의232)에 따르면「버스」가 서울로 들어오는동안 「카빈」을 가진 1명은 맨뒷좌석에 앉아있었고 다른 한명은 운전사 바로 뒷자리에, 총을 갖지않은 다른 한명은 통로를 왔다갔다하며 승객들을 감시했다고한다.
범인들은 자기네들끼리 『사람을 그렇게 때릴 수가 있나. 원수를 갚아야 하겠다』고 말해범행동기가 어느 누구에게 매를 맞은데대한 보복인듯 비쳤다.
붉은색 등산복에 검정작업복바지를 입은 범인 1명은 이런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고속「버스」에서 내린 남자승객들은 25분뒤인 9시40분쯤 여주발 서울행 동부고속 「버스」 경기6바2302호(운전사 황선옥·37)편으로 상오10시20분 동대문「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 타고 범인을 목격한 승객들은 범인들은 모두 1백60㎝정도의 작은 키에 2명은 작업복차림, 1명은 청바지에 빨간「체크」무늬가 있는 T「셔츠」를 입었는데 승객들에게는 무척 공손하게 경어를 썼으나 시간에 쫓기는듯 초조한 인상을 주었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버스」를 세울 때「카빈」 3발을 발사했고 「버스」안에 들어와서도 총1발을 쐈다는 것.
범인들은 「포드」20M을 오천리우체국앞에 버려둔채 고속「버스」를 탈취하기에 앞서 기아「마스터」경기아3326호「트럭」(4tf·운전사 송민광·37)을 세웠으나 그냥 돌려보내고 뒤따라오던 원주발 서울행고속「버스」를 세운 것.
「버스」를 세운 범인들은 1명이 「버스」안에 들어와 『미안합니다. 남자들은 모두 내려주시오』라고 공손히 말한 다음 25명의 남자들이 내릴 때 『빨리 안나오면 다죽인다. 인생다 살았다』면서 총끝으로 재촉, 1분만에 남자들을 모두 하차시킨 다음 서울로 들어왔다. 범인들이 「버스」를 탈취한 오천리 현장에는 「카빈」탄피 14개가 흩어져 있었다.
▲제3한강교…9시35분=「버스」가 제3한강교에 이른렀을 때 미리 연락을 받은 군·경들이 차를 세우려하자 범인중1명이 유리창을「카빈」개머리판으로 깬뒤 총을 내밀고는 마구 총을 쏘아댔다.
승객들은 모두 의자밑으로 몸을 피했으며 약5분동안 20여발의 총을 쏘아댄후 군경검문소를 통과해 한남동∼장충동∼퇴계로를 거쳐 미도파백학점앞에서 명동으로 접어들었다.
▲명동「유네스코」회관…상오10=이이병은 상오9시분쯤 안내양등 여자3명을 차에서 끌어내려 앞세우고「유네스코」회관 지하다방으로 들어가 손님등 30여명을 인질로 긴급출동한군·경과 대치중이다.
이이병은 차에서 내릴 때 안내양등이 하차를 거부하자 공포1발을 쏜 뒤 『안내리면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이이병은 회관2층으로 올라가 명도의원을 점거했으나 곧 지하다방으로 내려가 대치에 들어갔다.
이이병이 점거한 지하다방옆방에 있는 지하이발소에서는 이때 나영덕주한중국대사가 이발중이었으나 10시50분쯤 범인이 내보내 무사히 나왔다.
10시55분쯤 현장에 도착한 이이병의 어머니 이삼염씨와 친구 김희석(21) 이만섭(23)씨 등 3명이 이이병을 설득키위해 다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애인 만나>
▲다방안…12시쯤=약50분뒤인 이날 상오11시45분쯤에는 이이병의 애인 김모양(20·D생명보험명동지점근무)이 들어갔다.
이이병은 다방안으로 들어간 어머니에게 『어머니 걱정 마시고 집에 가계세요. 어머니가 오시면 오히려 여러사람을 죽이게됩니다. 너무 괴로와 범행을 저질렀읍니다. 시민들에게는 피해를 주지않겠읍니다』고 말했다.
인질가운데 김모여인(50)이 가슴이 약하다고 말하자 내보내주었다. 12시30분쯤 이이병의 아버지 이룡복씨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졸도했다가 이날 하오1시2분쯤 깨어나 다방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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