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드는「외환압박」|외화보유고가 계속 줄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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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일·쇼크」로 국제수지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금년 들어 경상수지는 계속 적자이며 외환보유고는 감소추세에 있다. 해외경기의 진정에 의한 수출둔화와 원유 및 원자재가격의 상승이 외환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심각한 단계가 아니다. 또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비 산유 개발도상국이 다 겪는 똑같은 진통이기도 하다. 그러나 GNP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이미 70%를 넘어선 우리 나라로선 다른 어느 개발도상국보다 외환압박이 고통스럽다. 외환압박은 국내물가 안정 및 경기진작에도 큰 제약이 된다.
외환사정은 금년 들어 낙관할 수 없는 형편에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로 하반기부터 세계경기가 회복세에 들어가면 별문제 없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사태는 심각할 것이다.
금년 들어 4월말까지 외환수급계획상의 경상적자는 3억5천4백만 달러에 달했다. 작년 동기간엔 6천8백만 달러 흑자였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증가했고 또 관광수입 등이 부진했기 때문에 경상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우리 나라 국제수지의「패턴」은 무역적자가 무역 외 흑자로 일부「커버」되고도 경상거래에서 적자가 나지만 워낙 자본도입 등 자본거래흑자가 많기 때문에 외환보유고는 오히려 증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년엔 자본거래흑자보다 경상적자가 더 크기 때문에 외환보유고가 오히려 줄고 있다. 4월말 현재 외환보유고는 9억8천2백만 달러로서 작년 말 보다 5천1백만 달러가 줄었다.
외환보유고가 줄고있다는 사태는 경계를 요한다. 이를「커버」하려면 무역수지가 개선되거나 더 많은 자본도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경기 동향으로 보아선 수출 급신은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 수입을 줄이는 문제는 더 어렵다. 수출신장과 수입억제는 환율조정이라는 근본적인 수단을 써야하는데 국내물가에의 충격과 차관원리금부담 때문에 환율에 선뜻 손을 대기도 어려운 것 같다. 근본적인 국제수지의 개선이 어렵다면 빚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하반기엔 수출경기가 다시 회복되리란 기대도 있어 상반기중의 무역적자를 어떻든 자본도입으로 메워야한다.
이런 필요 때문에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를 통한「오일·달러」의 환류를 서두르는 한편「스탠드바이」차관의 인출·「유러달러」의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가능한 모든「채널」을 통해 자본도입을 서둘러야 할 형편에 있다. IMF에 의한 「오일·달러」의 환류 방안은 IMF출자「코터」에 의한 배분원칙이 확정됐으므로 7천2백만「달러」선(한국출자액의 75%)을 크게 상회하기가 힘들 것이다. IMF「스탠드바이」차관 인상도 금출대 분을 포함, 4천만SDR(4천8백만「달러」)에 불과하다.
상반기 중에 예상되는 경상적자를 메우기도 힘든 형편이다. 결국 거액의 은행차관을 들여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 나라와의 주차관선이 돼온 미국·일본 등도 거액의 돈을 돌려줄 형편이 못된다.
원유가 폭등으로 인해 국제수지가 곤란을 받고있는데다가「인플레」억제를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유러달러」금리가 연 12%선에 육박하고 있는 고금리시대엔 은행차관도 그만큼 부담스럽다.
「아랍」산유국으로부터「오일·달러」를 직접 도입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자본도입 등의 경협은 오랜 역사적 유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나라의 국제수지 개선은 하반기에 세계경기가 회복되어 수출이 다시 활기를 찾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만약 그렇지 못할 땐 국제수지의 압력에 견디지 못해 환율조정이라는 고육책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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