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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섹슈얼 탄생 20주년, 남성복 얼마나 달라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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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메트로섹슈얼의 등장으로 남성복은 한층 다양해졌다. ① 구찌가 올 봄·여름 컬렉션에 내놓은 오렌지빛 재킷과 플라워 프린트 스카프. ② 비욘드 클로젯(디자이너 고태용)은 트레이닝복과 반바지를 섞은 스포티룩을 선보였다. ③ 디올 옴므는 넉넉한 H라인 재킷에 반바지를 매치했다.

외모 가꾸기와 라이프스타일에 돈·시간을 들이는 도시에서 살거나 일하는 젊은 싱글 남성.

 1994년 문화비평가 마크 심슨이 영국 ‘인디펜덴트’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런 남성상을 일컬어 ‘메트로섹슈얼’이라고 이름붙였다.

 올해는 바로 이 메트로섹슈얼이란 단어가 나온 지 20년 되는 해다. 마크 심슨이 이를 처음 언급했을 때만 해도 외모를 가꾸는 남성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심지어 2002년 미국 웹진 살롱닷컴에 그가 메트로섹슈얼을 다시 한번 언급할 때도 “이들이 메트로폴리탄(도심) 가까이에 사는 이유는 최고의 클럽과 피트니스·헤어숍 등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연예계나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일 수 있다”고 못박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외모 가꾸는 남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일 뿐이다. 트렌드 조사·분석회사인 인터패션플래닝 황선아 수석연구원은 “메트로섹슈얼한 남성의 등장에 힘 입어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상이 깨졌다”고 분석했다. 또 이젠 외모 가꾸는 남자가 곧 동성애자라는 편견도 사라졌다. 오히려 외모에 신경쓰지 않고 방치하는 남자가 무능력해 보이고 비난받는 시대가 됐다.

스키니 돌풍을 몰고 온 디올 옴므의 2006년 콜렉션(왼쪽). 조인성은 2004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통해 대표적 메트로섹슈얼 패셔니스타로 떠올랐다.

 메트로섹슈얼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남성복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딱딱하고 직선적인 정장 수트 대신 부드러운 소재의 여성스런 재킷이나 몸에 꼭 달라붙어 말라 보이는 옷이 등장했다. 심지어 여성 블라우스에나 달던 프릴을 장식한 셔츠나 길이가 짧은 바지도 나왔다. 디올 옴므가 대표적이다. 2006년 디올 수석디자이너 에디 슬리먼(현재 생로랑 수석 디자이너)이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은 마르고 왜소한 남자 모델을 런웨이에 세운 이후 전세계적으로 스키니 열풍이 일기도 했다.

 메트로섹슈얼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건 2000년 이후다. 해외에서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메트로섹슈얼의 대표 모델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조인성이 그 역할을 했다. 2004년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부터다. 비욘드 클로젯의 디자이너 고태용은 “남성복은 입는 공식이 있었는데 당시 조인성은 정장 수트에 백팩을 멘다든지 재킷 안에 와이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는 식의 파격적인 스타일링을 했다”고 말했다. 인터패션플래닝 황 수석연구원도 “정장 차림에 맨발 위에 신은 가죽 스니커즈는 기존 신사복 착장 규칙을 깬 것”이라며 “많은 남성이 따라 했다”고 전했다. 당시만 해도 깡패나 입는 이미지의 꽃무늬 남방도 이 드라마 이후 세련된 남성 아이템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하지만 최근엔 남성복이 다시 남성성을 찾고 있다. 올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자신의 어깨선보다 작아 보이는 어깨선이나 과도하게 달라붙는 디자인은 없어졌다. 랑방은 한층 더 넓어지고 각진 어깨에 여유 있는 H라인 코트와 재킷,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는 바지를 선보였다. 디올 옴므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룩의 인기로 재킷 아래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를 매치하기도 했다.

 여전히 여성적 코드가 남아있기는 하다. 버버리 플로섬은 남성복과 여성복에 똑같은 파스텔톤 핑크 재킷을 내놨다. 디자이너 고태용은 “실루엣이나 패턴은 남성적이지만 종전 남성복에선 쓰지 않았을 밝고 경쾌한 컬러를 사용한다거나 여성복에서나 사용했던 프린트 원단을 사용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윤경희 기자

바로 잡습니다

22일자 3면 ‘강남 주민이 생각하는 강남은 어디’ 지도 가운데 서초구 일부 동(洞) 위치가 바뀌어 나갔습니다. 잠원동과 반포동, 그리고 서초동과 방배동 위치가 서로 뒤바뀌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동의 강남률은 맞게 표시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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