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서 손님에게 은밀히 내놓는 것이…충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에서 필로폰(일명 히로뽕)이 커피나 차 대신 손님 접대용으로 나온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일명 ‘얼음’으로 부르는 필로폰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감기약 대신 먹고 강장제처럼 사용한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아편도 진통제로 팔리고 있으며, 집에서 대마를 키워 담배 대용으로 사용한다. 이는 1990년대부터 국가 사업으로 마약을 만들고 수출하던 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국영 필로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일터를 잃은 기술자들이 필로폰을 자체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하며 민간 필로폰 공장은 현재 평양에도 있을 정도로 전국에 퍼져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LAT는 중국 옌지(延吉)발 기사에서 북한을 탈출한 박경옥(44·가명)씨의 사연을 전했다. 그녀는 북한 광산에서 일하다 월급을 못 받자 그만 두고 필로폰 매매를 시작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얻었다.. 그러다 2007년 필로폰 매매를 그만 두고 단추와 지퍼, 사탕, 말린 오징어, 직물, 플라스틱 방수포, 남성 정장, 담배 등을 팔고 있다. 박씨는 "나는 모든 것을 팔았다”고 말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회령 출신의 그녀는 남편과 이혼 후 자녀들과 장애인 여동생을 돌보기 위해 마약 거래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청진에 가 필로폰을 산 뒤 사탕 상자에 숨겨 운반했다. 그런 뒤 자전거 수리점이나 시장 등에서 몰래 필로폰을 팔았다. 그녀는 필로폰 1g 당 15달러에 팔았다. 박씨는 “필리폰 판매로 쌀이나 석탄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은 필로폰을 감기약 또는 강장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밤 늦게까지 공부하기 위해 필로폰을 흡입하기도 한다. 회령 출신의 이새라(43·가명)씨는 “친지의 집에 방문할 경우 필로폰을 접대하는 것은 정중한 예의의 표시”라고 말했다.

북한은 엄격한 감시 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마약 사용에 대해서는 관대하다고 LAT는 전했다. 진통제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필로폰을 진통제 대용으로 사용한다. 북한에서 ‘입담배’라 부르는 마리화나도 재배가 합법이며 종이에 말아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지난 달 중국인과 영국인, 태국인이 포함된 5명의 마약 밀수업자들이 뉴욕 법원에 출두했다. 이들은 100㎏의 필로폰을 태국에서 미국으로 밀반입하려다 체포됐다. 그들이 갖고 있는 필로폰은 북한산으로 밝혀졌다. 하버드대 연구원인 시나 그레이튼스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중국에서 적발된 16건의 마약 사건을 조사한 결과 모두 북한에서 재배된 것으로 조사됐다. 1990년대 김정일 체제에서는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아편 판매를 진두 지휘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에서는 북한 정부가 마약 사업에서 손을 떼며 해고된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마약 제조에 손을 대며 주민들 사이에 마약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LAT는 보도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