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시문의 백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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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예가 초석 권순형씨가 지난 2년 동안의 제작을 가지고 6번째와 개인전을 마련했다. 이번에도 72년의 도예전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도예 세계에 새로운 조형 감각을 시도하여 병·발·고·문방구 등 약1백 점을 출품했다 (23일∼28일·신세계 미술관).
서울대 미대에 있으면서 60년에 첫 개인전을 갖고 67년의 2회전이래 전통 도예의 조형에 한층 관심을 쏟아 오는 권 교수는 이 분야에서 가장 꾸준하게 발표 전을 갖는 한 사람이다. 그 초기의 투박하던 기벽은 이제 한결 날렵해졌고 채유의 실험도 다양하게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특히 시도한 것은 녹청유의 발색이다. 구울 때의 열도에 따른 금색 혹은 자색의 반문은 쌍이 병이나 심발의 경우 성공례를 보여주고 있는데 더러는 녹아 흐르거나 변색돼 또 다른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권 교수의 한결같은 집념은 백자에 있다. 그 기형 역시 이조적인 조형에서 출발하였고 그 붓의 두께에 따른 백색의 순도와 유약의 땟물도 실험했다. 그러나 그는 재래 청화백자 시문의 회화성에 얽매이려 하지 않고 오히려 대담하고 화사하게 색깔을 넣어 그 나름의 개성 있는 공예미를 굳혔는데 그의 특성을 살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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