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을 없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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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가가 연율 30%선으로 상승하고있는 경제 속에서 임금생활자들의 가계압박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것인데, 이를 임금인상으로 커버해줄 움직임은 몇 기업체를 제외하고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물가상승률에 따라서 임금을 대폭 인상했거나 인상할 예정으로 있기 때문에 그런대로 시차는 있지만, 가계압박이 경감될 여지가 있는 것이나 근로층의 절대다수를 점하는 저임금부문에서는 오히려 임금인상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임금만을 노리고 상륙한 외자기업 중에는 심지어 월급여 2천원 수준까지도 있다는 것이며, 그나마도 퇴직금 지급을 회피키 위해 임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임금실태를 이 이상 그대로 놓아두어서는 아니될 것은 명백하다.
또 국내기업 중에서도 고용자의 수가 가장 많은 섬유산업의 저임금은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인데 73년의 경우와 같이 전무한 호경기 속에서도 이들의 임금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은 기업윤리로 보아서도 납득키 어려운 것이다.
물론 저임금을 축적의 기반으로 전제하는 듯한 경제기조가 근본적으로 조정되어야만 기업가들의 임금관이 시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은 하지만, 아무리 전체기조가 그렇다하더라도 자본금의 1백%이상이나 순익을 올리는 기업들조차 임금인상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어느모로 보아도 부도덕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임금정책은 특히 저임금부문을 중심으로 강력히 집행되어야 할 것이며 이 점, 노동청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근로자들의 임금개선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저임금부문에서 기업가 스스로 임금개선에 협조하지 않음으로써 과격한 노동운동이 발생한다면 이는 우리의 국가사정으로 보아 결코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므로 정부 자체가 그러한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강력히 시정케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솔직이 말하여 저임금 부문일수록 근로자의 지위가 약하여 기업주와 임금문제를 다투기가 어려운 실정이므로 저임금부문의 임금개선에 있어서는 정부가 오히려 발벗고 나서 근로자들의 권익을 옹호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도외시하고 단순히 기업주가 자선을 베푸는 형식의 임금인상 방식을 기대한다면 저임금부문에서의 생활급 지급이란 영원히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규모가 확대됨에 따라서 임금구조가 다양화되면 될수록 정부는 저임금부문의 임금문제에 특별한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이며, 때문에 노동정책·임금정책도 종래의 획일성에서 탈피하여 구조변화에 상응하는 탄력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근로자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노사협조가 진지한 의미에서 이루어질 수 없고, 또 그러한 노사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생산성의 향상도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저임금부문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자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져야할 국면에 우리는 서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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