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행복도와 인구 유출·입 연관성 나타나 … 강남 쏠림도 ‘발로 하는 투표’ 현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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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호 04면

‘발로 하는 투표(Voting with feet)’.

‘발로 하는 투표’ 한국서도 본격화

 미국의 지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찰스 티부가 주장한 이론이다. 지역 간 주민의 이동이 자유롭다면 각 지방의 주거 환경과 산업 여건, 세금 제도 등에 따라 삶의 여건이 더 나은 지역으로 주민들이 이동할 것이란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국가에 기업을 설립하거나,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서울 강남구 등으로 전세 수요가 몰리는 것도 일종의 ‘발로 하는 투표’ 현상이다.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개인들이 지자체 간에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선호하는 지자체를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방공공재가 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며 ‘발로 하는 투표’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발로 하는 투표’ 성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확인된다. 금현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주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행복도와 인구 유출·입의 상관관계가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경우는 행복도 1위를 차지한 강원도 양구군이다. 양구군은 과거 군사보호지역이 많고,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있어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던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엔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06년 2만1269명이었던 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2만3594명으로 증가했다. 정교섭 양구군 자치행정과 주무관은 “군 단위 농촌 지역의 경우 지속적으로 인구 감소세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보면 우리 군의 인구 증가세는 이례적”이라며 “올해 말까지 2만4000명 선까지 주민등록상의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개했다. 행복도 조사 결과 전체 기초 지자체 중 3위와 4위를 기록한 제주시와 서울 동작구도 지난해 1월부터 11개월 동안 각각 5844명, 3623명씩 인구가 증가했다.

 반면 행복도가 낮은 곳에선 인구 유출세가 뚜렷하다. 행복도 하위권을 기록한 부산광역시 영도구와 부산진구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인구가 각각 3192명, 2725명 줄었다. 물론 주민들이 느끼는 행복도와 무관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곳도 있다. 행정복합도시 조성으로 단기간에 인구가 늘어난 세종특별자치시가 대표적이다. 세종시의 행복도는 200위권 밖이었지만 지난해에만 5855명이 새로 전입신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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