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라오스」 연정의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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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라오스」의 「수바나·푸마」 수상 정부와 좌파 「파테트·라오」는 5일 제3차 연립 정부와 합동 정치 협의회를 출범시킴으로써 지난 10여년 동안의 전란을 매듭짓고 양파의 화해와 중립파의 참여 하에 평화 회복에의 제일보를 내딛게 됐다.
물론 새 임시 연정과 정치 협의회가 발족했다고 하더라도 「라오스」의 정국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날 2차에 걸쳐 성립했었던 연정이 어이없이 붕괴하고, 각 파간의 대립이 더욱 심화했던 사실에 비추어 그 앞날은 반드시 순탄치 만은 않을 것도 예상된다. 그러나 파리 평화 협정이 조인된 지 1년 수개월이 경과한 오늘에 이르러서도 그 협정에서 다짐된 평화 회복이 요원해 보이는 인지 반도에서 비록 「라오스」 한 나라에서나마 동족상잔의 내전이 멎고 화평의 기틀을 잡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요, 아시아 각국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에 족한 것이다.
「라오스」는 지금까지도 인도차이나의 여타인 방인 월남이나 크메르와는 달리 간헐적인 내전을 거듭하면서도 수시로 화해의 기회를 보여준 나라이기는 하다.
그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수바나 수상 정부는 크메르의 론·놀 정권이나 월남의 티우 대통령 정부와는 달리 파테트·라오를 불법화하여 협상 대상에서 완전 배제하지 않았었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수파누봉」 공도 시아누크나 「베트콩」과는 달리 일방적인 독립선언과 임시 혁명 정부 수립 같은 길을 택하지 않았었다. 양파는 다같이 1962년의 「라오스」 중립에 관한 제네바 협정의 화평 통합 기구를 존치 시키면서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화평의 길을 모색해 왔었다. 물론 군사적·정치적 대립 속에서도 양파의 영수들이 이복형제라는 혈연도 협상 진척에 긍정적 촉매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라오스」 휴전협정이 조인된 지 1년여만에, 그리고 그 협정 이행을 위한 부속 의정서가 조인된 지 반년여만에, 이 같은 임시 연정과 정치 협의회가 구성되기까지에는 물론 구절양장과 같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 출발한 연정 앞에는 이 같은 협정의 조인에 도달하기까지의 우여곡절 못지 않게 당장에 해결해야 할 국내외 문제가 산적하여 그 전도가 순탄치 않다는 것만은 누구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수파누봉」 공이 의장으로 취임한 정치 협의회는 연정(내각)과 중복되는 대등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로써 필연적으로 초래될 마찰과 충돌의 소지가 많다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1, 2차 연정의 단명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증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또 연정 수립의 협정은 60일내 외군 철수, 포로 교환, 항구 연정 수립을 위한 총선 실시 등 단계적 이행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협정 준수 불이행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 돌리고 연정을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항구적인 민족 화해 연정이 수립될 때까지 상호 차출한 보안군·경을 지휘한다는 것을 비롯하여 양파 무장 병력의 해체, 정부·공산 점령 지역간의 교류, 경제 재건 및 난민 문제 등은 자칫하면 충돌을 재발시킬 기폭제를 많이 안고 있다.
양파 동수의 군·경이 행정 수도와 왕도의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일단 유사시에는 우수한 지휘 계통, 왕성한 전의, 강력한 정치적 「모티베이션」을 지닌 「파테트·라오」 무장 병력이 좌파만의 정권 수립을 용이하게 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 또 외군 철수 조항이 이행된다 하더라도 월맹이나 「베트콩」은 인접 지역에서 언제라도 지원 출전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있다.
푸마 수상 정부측과 중립파가 수상직·내무 사회 안정상·국방상·사법상 등 내정·치안의 요직을 안배 받아, 파테트·라오측의 정권 독점에 대비책이 마련된 것 같기는 하나, 동구 공산국가의 전철은 밟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라오스」와 함께 월남과 크메르에서 하루속히 평화가 회복되어 2차대전 후 영일이 없는 인지 3국 국민이 전화의 시달림에서 풀려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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