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불 외상 정면 충돌|가입 조건 재협상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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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룩셈부르크 1일=외신종합】구주공동시장(EEC)9개국 외상 회의는 1일 영국 노동당 정부의 외상이 처음 참석하는 가운데 2일간 예정으로 개막됐으나 예상한 대로 첫날 회의부터 EEC 가입 조건의 재협상을 주장하여 영국이 EEC탈퇴도 불사한다고 위협한 「제임즈·캘러헌」 영국 외상과 이에 반대하는 「미셸·조베르」 「프랑스」외상 및 「발터·셸」 서독 외상간의 정면충돌로 시종했다.
「캘러헌」영국 외상은 ①「유럽」 경제 통화 동맹 발족 시한을 1980년 이후로 미룰 것 ②영국의 국제 수지를 위협하는 영연방으로부터의 식량 수입 조건을 개선해 줄 것 ③과중하게 책정된 영국의 EEC 예산 부담률을 경감해 줄 것 ④미국과 EEC의 관계를 개선할 것 등을 요구하고 만약 이 같은 요구 조건에 대한 협상이 실패하면 『영국 정부는 EEC조약의 규정들을 더 이상 구속력 있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며 협상 결과가 성공적이면 이를 국민투표나 총선에 붙여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공시 외상 회의의 의장인 「발터·셸」서독 외상과 「미셸·조베르」「프랑스」외상은 「캘러헌」 영국 외상의 EEC 가입 조건 재협상 주장에 정면으로 반대했다.

<해설>농산물 교역에 이견
영국의 EEC 가입 조건 재협상 요구는 이미 가입 전에 예상했던 여러 가지 「마이너스」요인, 즉 농산물 가격 앙등·영국 경제의 국제 경쟁력 약화·국내 제반 「코스트」의 앙등에 기인한 것이다.
또 당초 보수당 정권이 EEC에 가입할 때 반대해 왔던 노동당은 여러 차례 EEC 가입 조건 재협상을 공약해 왔던 터이므로 이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재협상 조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EEC의 농업정책이다. 영 연방국가로부터 EEC에 비해 훨씬 싼값으로 농산물을 수입하던 영국이 공동 농업 정책에 추종하게 됨으로써 국제 수지면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EEC재정의 95%가 농업 보호 정책에 지출되고 있는데 영국이 부담하고 있는 EEC재정 부담률은 80년대에는 30%선에 이르러 「프랑스」나 서독보다 분담 비율이 높아져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게 영국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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