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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불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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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설의 주인공으로 대학 교수가 등장하는 일은 많다. 국민학교 교사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도 많다.
그러나 중·고교 교사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이유 또한 짐작할 만도 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교사의 생활에는 실화가 적다. 단조롭고, 무미 건조하고, 그리고 꿈이 적게 마련이다. 아무리 오래 근무한다 해도 출세의 폭이란 극히 좁다. 이런 따분한 교사의 생활이 소설의 소재가 되기는 무척 어려운 것이다.
하기야 정년 퇴직을 앞둔 노 교사는 가끔 소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그 노인이 젊었을 시절에 파란 만장한 삶을 겪었기 때문에서가 아니다. 오히려 노 교사가 상징하는 꿈의 좌절이며, 인생의 환멸을 그리기 위해서이다.
반드시 아기자기한 얘기 거리가 많아야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생활이 단조롭다 하더라도 생활인 자신은 한 인물로서 얼마든지 흥미로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지로「앙티·로망」에서처럼 지극히 평범한 인물과 지극히 단조로운 생활을 가지고 소설로 꾸며 성공한 예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소설이란 흥미 있는 생활이나 인물을 다룰 매 쓰기 쉬운 법이다. 교사에게는 처음부터 꿈이 많을 수가 없다. 수입도 넉넉지 못하니까 생활에 억지로 실화를 주기도 어렵다. 더욱이 교직자라는 틀에 얽매어 다른 직업인처럼 마음대로 자극을 쫓을 수도 없고 탈선을 하기도 어렵다.
이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다. 오늘의 교사들이 반드시 사명감 때문에 일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미국에서는 중등 교사의 경제적 대우가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대학교 보다 뛰어나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대우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보면 애란난의 소설에는 가끔 교사가 등장한다. 완전히 공업화되기 이전의 사회에서는 교사보다 더 좋은 직업이 흔하지 않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초·중등 교원의 정신 건강에 관한 조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되었다. 이걸 보면 우리나라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져만 가고 있는 모양이다. 무리도 아닌 얘기다.
이 조사에 따르면 사기 저하의 원인은 노무 조건에 있다고 한다. 특히 교육 시설이 나쁘고 업무량이 너무 많은데 탈이 있다고 했다.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려면 투철한 사명감이 따라야 할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런 사명감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자로서의 긍지를 지닐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긍지를 가질 수 있기에는 교사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도 낫다고 교사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제적 대우만이 문제되는게 아니다. 도시의 남 교사가 느끼는 불만도가 지방의 여교사 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이런 때문이다.
교사가 교사로서의 긍지를 느끼지 못할 때 교육에는 적신호가 커진다. 사실은 이를 아무도 인식치 못하고 있는게 교사들에게는 가장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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