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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난 틈타「고물도둑」이 날뛴다|「맨홀」뚜껑·어스용 동판·아크릴·문패·대문장식 등 수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원자재난을 틈타 신종 고물도둑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고철·종이·「플라스틱」등 각종원자재가격이 껑충 뛰면서 물자부족 상태를 빚자 하수구의「맨홀」뚜껑, 전주의「어스」용 동판,「플라스틱」빨래 통,「아크릴」간판과 문패, 심지어는 주택가 대문의 쇠붙이 장식이나 쓰레기통의 쇠문, 길거리의 벽보나 영화광고「포스터」까지 도난사고가 잦다. 이 같이 잦은 고물도난에 대해 피해주민들은 신고조차 단념하고 있으며 경찰도 단속할 엄두를 내지 않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2월 한달 사이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택지조성지역 도로변에 설치된「콘크리트」 빗물받이 뚜껑 79개 가운데 62개가 도난 당했다. 이 뚜껑 9개를 훔쳐 팔았다가 지난26일 서울영등포경찰서에 구속된 강 모 군(16·넝마주이)은 가로 1m, 세로70cm, 두께 10cm의「콘크리트」뚜껑(싯가 2천 원)을 깨뜨리면 철근9kg을 빼낼 수 있다고 했다. 강 군은 이 철근을 고물상에 4백50원을 받고 팔아 왔다.
여의도 일대에는 밤마다 고물도둑이 들어 한강건설사업소 측은 지난달 27일 도난예방을 위해 나머지 뚜껑을 모두 거둬들였다.
또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신월동 산112 도로변의 주물「맨홀」뚜껑 4개(싯가 10만원)가 도난 당했고 사당 동 4l9 일대에서도 지난10일 동안에 3개나 도둑 맞았다.
지난달 20일에는 서울 관악구 노량진동 산8 전주 밑에 묻어 둔「어스」용 구리판 1개(싯가 6백원)도 없어졌다.
서울 성동구 영동주택단지일대에서는 대낮에도 쓰레기통 쇠뚜껑을 도둑맞기 일쑤이고 심지어 대문의 쇠 빗장까지 도둑맞기도 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일 창덕궁 앞 민충정공 동상 철책주변의 놋쇠 대나무 잎 장식과 기둥 등 5개(싯가 4만5천 원)를 뜯어내 판 김 모 군(17)을 구속했다.
김 군은 놋쇠장식 1개에 1천5백원씩 받고 엿장수에게 팔았다고 자백했다.
신종고물 도둑은 종이도 노린다.
서울 관악구 사당동 산14 일대의 주택가에서는 최근 담 장에 붙여 둔 영화관「포스터」, 정부의 공고벽보, 담화문 등 이 잇달아 찢겨 없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관악구 봉천동 은천 국민학교 1학년6반 교실에 엄 모 군(15) 등 2명이 들어와 교탁서랍에서 8절 갱지 1천5백장(싯가 2천4백 원)을 훔쳐 나오다가 잡혔다. 엄 군 등은「리어카」고물수집상들로부터 헌책이나 신문지를 얼마든지 사겠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했다는 것.
서울과 부산 등 도회지에서는「아크릴」간판 도둑이 부쩍 늘어났다. 부산의 경우 2월 한달 동안 다방·술집 등에서「아크릴」간판 2백여 개를 도둑 맞았다.
1일 서울동대문경찰서에 구속된 김 모 군(19) 등 3명은 지난달 28일 상오10시쯤 동대문구 이문 동에서 가로70cm, 세로 30cm의「아크릴」간판 3개를 훔쳐 고물상에 팔려다 잡혔다.
서울 관악구 상도3동산217 이경덕씨(37)집에 도둑이 들어 부엌에 둔「플라스틱」빨래 통 (싯가 5백원)을 훔쳐 갔다.
「아크릴」값은 종전 1관에 1천8백원 했으나 7백원이 올라 2천5백원에 거래된다. 고물수집상 김 모씨(49·영등포동 2가)에 따르면 저질제강용 고철은 1kg에 45원, 주물용 고철은 55원, 강도가 높은 주 철이 75원으로 작년8월에 비해 80%쯤 올라 주물공장으로부터 주문이 밀리고 있으나 고철이 없어서 못 파는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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