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놓고 스키 스틱 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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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계적인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36·사진)가 소치 겨울올림픽에 연주자가 아닌 스키 선수로 나선다.

 영국 BBC는 “바네사 메이가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2명의 태국 스키 대표에 포함됐다. 국제스키연맹(FIS)이 출전 자격 획득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10세 때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메이는 1995년 전 세계에 전자 바이올린 돌풍을 일으켰다. 파격적인 퓨전 사운드와 속옷 차림의 관능적인 재킷 사진을 담은 앨범 ‘더 바이올린 플레이어’가 800만 장 이상 판매돼 크로스오버 음악계 스타로 떠올랐다. 클래식계의 이단아 메이의 취미는 알파인 스키다. 4세 때 시작했다.

 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이는 어머니가 영국인과 재혼해 영국에서 자랐다. 그래서 영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다. 메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 태국 스키 대표로 출전하려 했으나, 태국올림픽위원회가 영국 시민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해 무산됐다.

 메이는 지난해 8월 “모든 사람이 나를 보고 미쳤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내게는 절실한 소망이다. 나의 목표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열망을 드러냈다. 마침내 이번 소치 대회를 앞두고 태국올림픽위원회가 이중국적 제한 규정을 완화해 꿈을 이뤘다.

 메이는 FIS 규정을 잘 활용했다. FIS는 랭킹 500위 이내 선수가 한 명도 없는 국가의 경우 알파인 스키 회전과 대회전 종목에 남녀 선수 1명씩을 출전시킬 수 있다. 단 FIS가 인정하는 국제 대회에 5번 이상 출전해 평균 140점 이하의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FIS는 순위가 높을수록 낮은 포인트를 부여한다.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수년 전부터 훈련한 메이는 아버지 성을 딴 ‘바네사 바나코른’이란 이름으로 대회에 나섰다. 지난주 슬로베니아 대회에 출전하는 등 안간힘을 썼고, 가까스로 기준을 통과했다.

바네사 메이는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 소치 대회에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고 기뻐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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