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KAL기 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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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래 전에 KAL기가 납북된 적이 있다. 69년 12월의 일이다. 『적이 있다』고 말한 것은 지금은 기억이 아물거릴 만큼 오랜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문제의 KAL기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한 뒷 소식은 조금은 알고 있다.
납치 되어간 항공기는 YS-11호이며 당시 KAL이 일본 항공에서 리스(전세)내서 쓰고 있던 것이다.
다행히 기체는 보험에 들어 있었다. 따라서 적어도 금전상으로 일본 회사나 KAL쪽이나 별 손실은 없었다.
그래서 항공기를 돌려 달라는 소리가 그리 높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후 동YS-11호는 3년 이상이나 멀쩡하게 북한 상공을 날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에는 더 재미있는(?) 뒷얘기가 따른다. 지난 72년말에 북한 쪽에서부터 한 여객기를 정비해 달라고 전일공에 의뢰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이 바로 문제의 YS-11호였다.
동기는 재대로 정비도 받지 못한 채 3년 이상을 날아다녔다. 당연히 못 알아 볼 정도로 노후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도난기에는 틀림없었다. 일종의 장물인 것이다. 이래서 전일공 쪽에서는 상당히 망설였던 모양이다.
마침 일본은 북괴의 미개척 시장에의 침투를 위해 활발히 꼬리를 흔들고 있던 때였다. 그러니 무슨 서비스인들 아낄 수 없는 판이었다.
그렇다고 선뜻 정비를 맡는다면 이미 보험금을 지불하고 난 보험회사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우리 정부 쪽의 항의도 각오해야 했을 것이다. 국제 도의상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정비를 일본에서 했다 하더라도 지금쯤은 고철로나 처분되었을지도 모른다. 워낙 오래된 일이니 말이다.
YS-11호 1대 값은 5억원이 넘는다. 그런 여객기를 북괴는 4년이 넘도록 공짜로 얻어 쓴 것이다.
이런 게 원통한 것은 아니다. 동기의 뒷 소식을 이만큼이라도 알게 된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우리는 동기와 함께 납북된 승객들의 뒷 소식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살아 있는지, 어느 강제 노동 수용소에 갇혀 있는지, 또는 얼마나 가혹한 세뇌 공작을 받았는지, 궁금한 것은 가족들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가 애처롭게 기다리는 이런 소식에 대해 여러 번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렸어도 북괴 쪽에서는 한마디도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요새 북괴 만행 규탄 대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5일 서해 공해상에서 어선을 납치한 북괴에 대한 분노의 표현인 것이다.
북괴 쪽에서는 납치된 어민들을 간첩으로 몰고 있는 모양이다. 이들을 곱게 돌려보내 줄 의도가 전혀 없다는 얘기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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