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율곡 유묵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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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간에는 신사임당의 그림이라고 일컫는 것이 적잖게 나돈다.
완당 김정희의 글씨가 그러하듯이 많은 사람들의 아낌을 받는 소이이겠는데. 그 유명세 대신 유묵을 놓고 진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구실에도 자주 오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세간의 사임당 그림이나 글씨가 적잖은 반면에 진품을 제대로 본 사람도 극히 적다는 얘기가 된다. 틀림없는 작품이란 매우 희귀한 까닭이다.
신세계 미술관은 이번에 그 첫 개관기념으로「사임당·율곡전」을 마련했다. 종전의 화랑을 규모와 운영면에서 확충, 미술행사의 차원을 높이는 시도로 이율곡 일문의 학덕과 예술을 되새기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사임당(1504∼1551)은 그의 소생으로 4남3녀를 두었다. 이번 전람회에는 그를 비롯하여 세째아들 율곡과 네째아들 왕산 및 맏딸 매창에 이르는 유작품이 한자리에 출품되었다. 말하자면 뛰어난 여류예술가와 그 품속에서 자라난 아들·딸에 있어서의 영향을 일목요언하게 보게 한 것이다.
흔히 신사임당은 한국의 대표적 석학인 율곡이이를 길러낸 어머니로서 우러름을 받아온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현모양처의 본보기가 아니다. 학덕을 쌓은 지식여성이고 또 서예면 에도 일가를 이룬 예술가였다.
그는 학식을 가졌던 만큼 시와 문장에도 능숙했고 글씨와 그림에는 뛰어난 솜씨를 보여줬다.
특히 사임당의 그림은 여기의 경지를 넘어섰으며 그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높이 평가돼온다. 그는 강릉 북평촌의 외가에서 성장하면서 안견의 화풍을 본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그림의 특징은 여성다운 기품이 넘치고 있으며 초충 하나하나에도 섬세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이번 전람회에는 그의 유작이 다 나오지는 못했다. 강릉 오죽헌의 소장품과 그밖에 건국대 박물관, 이장맥·최철·김윤제씨가 출품했는데 오죽헌 소장품이 서울에 나들이와 공개되기도 처음이려니와, 특히 개인소장품으로 사임당의 자녀작품은 좀처럼 대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여기에 율곡의 애연이며 분재기까지 곁들여 일문의 향품을 담뿍 풍기고 있다.(19일∼3월3일 신세계백학점 4층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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