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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공익사업의 육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성격상 당연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의 고유기능에 속해야할 일들을 개인이나 민간단체들이 대신 맡아 하거나 또는 분담해서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유위의 인재를 기르는 육영사업을 비롯하여 학문·기예·문화·체육분야의 진흥사업, 빈민·고아·노인·병약자들의 규휼사업, 국제간의 각종 인적·문화적 교류사업, 그리고 의료기관등의 운영이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이 같은 일들은 본래 몇몇 독지가들의 순수한「필런드로픽」(박애적)한 동기에 유래된 것이지만, 오늘의 문명사회에 있어서는 오히려 여러 면에서의 국가적 요청 때문에 그 필요성이 절감되고, 그 당연한 귀결로서 여기 대한 국가적 보호를 제도화하고있는 것이 세계적 통례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민법이 비영리적인 공재사업에 대해서 특별히 법인격을 부여하는 일반규정을 두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그밖에도 사립 학교법·사회복지사업법·외국민간원조단체에 관한 법률·의료법·각종 세법 등에 각기 이들에 대한 특혜적 보호규정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개정의료법의 시행과 관련하여 50개 이상의 병상을 가진 모든 개인병원을 법인화 해야한다는 조항에 관한 시비도 실은 이 같은 공식적 사업의 특성에서 나온 진통이라 할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작년 2월 정부가 비상국무회의에서 난립되어있는 병원의 지역적 정비를 기하고, 모든 의료기관의 공익성을 높인다는 명분아래 졸지에 의료법을 전면개정, 의료법인이 아니면 병원을 개설할 수 없게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법개정은 이상을 좇는 나머지 우리 나라 의료기관들의 현실적 여건을 너무도 등한시 한데다가, 마땅히 법적 보호를 받아야할 공익사업으로서의 병원에 대해 도리어 여러 꽤 까다로운 제약만을 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모든 개인병원의 왜소화 내지 위축화를 가져올 우려를 낳게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법에 따르면, 기존의료기관들이 의료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개인병원은 이렇다할 법적·재정적 보호는커녕 도리어 다음과 같은 많은 부리를 감수해야하게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첫째, 개인소유의 재산이 사실상 영원히 개인의 손으로부터 떠나게 된다는 것. 둘째, 그러한 재산의 법인 귀속을 이유로 병원개설자는 어이없게도 새로 부동산취득세를 물어야 한다는 것. 셋째 비 의료인의 출원을 얻어 병원을 개설할 경우, 그 소유는 영원히 개인의 손을 떠나는데도 불구하고 적어도 40% 내지 70%까지의 고액증여세를 물어야 한다는 것. 넷째, 법인화 후에는 15% 이상의 무료진료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거기다 번잡한 절차를 통해 이를 일일이 보고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 몇 가지 두드러진 실례이다.
이는 요컨대 일부 불성실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 출연자들의 비 공익적인 병원운영폐단을 막기 위해 모든 개인병원을 엄격한 관의 통제하에 두게 하면서 동시에 현대 의료기관의 필연적 요청이라 할 종합화·대형화에의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모순은 비단 의료 기관에만 국한되지 않고, 나아가 이 나라의 모든 학교법인·자선단체, 기타 학술·문화·예술단체 등 공식적 성격을 띤 비영리법인에 대한 정부시책 일반에 대해서도 해당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흔히 일부 이기적 동기를 앞세우는 운영자들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들 법인일반에 과중한 제약과 의무를 가하면서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육성 강화하는 데에는 너무도 인색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법재개정의 논의가 재기되고 있는 이 마당에 있어 우리는 정부가 비단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스스로 공익적 성격을 띠었다고 그 설립을 허가한 비영리적 법인의 육성강화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인세법·증여세법·재산세법·취득세법·상속세법 등에 있는 비영리법인에 대한 각종세 감면규정 또는 손비 인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수출산업의 육성강화를 위하여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각종 감면세 혜택과 금융지원을 하면서 거룩한 박애적 동기와 절실한 국가적 요청에의 해서 설립 운영되는 각종 공익적 법인·단체에 대해서 너무도 무심하다고 해서야 어찌 문명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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