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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햇 빛보는 나도향과 김소월의 작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문학사에 찬연한 빛을 남긴 소설가 나도향과 시인 김소월의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이 l923년 3월20일 배재 고진에서 간행된 교지「배재」에 수록돼 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의 작품이 실린「배재」제2,3호는 최근 배재고등학교 교사인 김형린 문효치 양씨가 도서실의 묵은 책들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는데 여기 수록돼있는 나도향의 단편 1편과 수필1편, 그리고 김소월의 번역단편 l편과 시6편 등 모두 9점의 작품중 대부분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들의 작품연보에서도 빠져있던 작품들인 것이다.
이 책이 간행됐을 때는 도향이나 소월이나 모두「데뷔」를 끝낸 문인이었다. 19년 배재를 졸업한 도향은 21년 처녀작『추억』을「신민 공론」지에 발표, 주목을 끌었으며 소월은 21년 배재에 입학, 그 이듬해 김억의 주선으로『먼 후일』『진달래 꽃』등을「개벽」지에 발표함으로써「데뷔」했다.
따라서 이 작품들은 비록 교내 지에 발표한 것이지만 습작은 아니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소월역」으로 게재된 번역소설『떠도라가는 게 집』(모파 상작 L'odyss e d ne Fille)은 소월이 외국문학을 번역했다는 기록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번역문학가로서 소월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소월의 시 6편(『깁고깁픈 언약』『오시는군』『졉동』『길손』『봄바람』『비단안개』)가운데『깁고깁픈 언약』『졉등』『비단안개』는 이후 그의 시집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나 이것이 모두「배재」에 일단 발표했던 것을 상당부분 개작한 점이 재미있다.
예를 들어『졉동』(시집에는『졉동 새』라는 제목으로 수록)의 마지막 연을 보면「배재」에는 <아웁이나 되던 오랩 동생도 죽엇스니 니즈랴. 못니저서 해지기를 기다려, 밤을 기다려 아우래비졉동을 부르며 웁니다>로 되어 있으나 그 후 시집에 수록된『졉동 새』에는<아웁이나 남아되는 오랩 동생을 죽어서도 못니저 차마 야삼경 남다자는 밤이 깁프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로 쓰여져 있다.
한편 도향의 단편『파착』은 길이는 짧고 내용은 차분하지만 그 속에 일제의 횡포를 비판하는 무거운 뜻이 담겨 있다.
내용은 두 사람의 친구가 길을 걷다가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 보호하기 위해 파출소로 데려가지만 순경은 불문곡직 술 취한 사람을 구타한다는 것.
이 작품들은 월간 시전문지「시문학」(주간 문덕수) 4월 호에 전문 소개될 예정이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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