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균의 도자기는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자기의 최종적인 미학은 촉각이기 때문이다. 물레의 회전과 손의 감촉에서 태어난 둥근 흙의 형태는 새의 둥지이며 작은 하늘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그의 도자기를 두고 이렇게 일렀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또 이랬다. “신경균 도자의 빛깔은 그것이 풀빛이든 흙빛이든 한 그릇 안에서 색채의 미묘한 변주를 이룬다… 그것은 오직 장작 가마에서만 나타낼 수 있는 우연적이지만 필연적인 색채의 변화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도예가 신경균(50·사진)씨가 오는 3월 31일부터 닷새간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전시를 연다. 400㎡(121평) 규모의 호안 미로 전시장에서 찻사발·병·달항아리 등 100여 점을 소개한다.
이에 앞서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율곡로 3길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파리에 소개할 작품을 미리 보여주는 자리다. 17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일반인은 쉬이 들어갈 수 없지만, 유네스코 본부는 세계 190여 개국 대표부 관계자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그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신정희씨의 가업을 이어받아 도예가가 된 그는 지금도 매일 오전 3시부터 16시간씩 도자를 만든다. 1년에 네 번, 한 번에 70여 시간씩 가마에 불을 넣어 굽는다. 전통 장작 가마의 불은 오로지 우리 소나무로만 땐다. 재를 거의 남기지 않고 다 타버리기 때문이다. 원목을 말려 쓸만하게 하는 데만 5년이 걸린다. “불쏘시개도 그럴진대, 숭례문 나무가 문제되는 걸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그는 말했다. 그게 그가 추구하는 전통이고 즉흥이다. “내 작업은 즉흥적인데, 그게 참 어렵다. 그만큼 평소에 철저하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사진=권근영 기자
부산 도예가 신경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