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병원성 AI 확산 선제적으로 대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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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방역 당국과 축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스탠드스틸(standstill·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발동하는 등 긴급 대응에 들어갔다. 어떻게든 전국으로의 확산을 막아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광주광역시·전북·전남 전 지역에 대해 48시간 동안 축산 종사자들의 이동범위를 제한하는 ‘스탠드스틸’을 발동했다. 대상자가 14만 명에 달한다. 그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할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죽은 채 발견된 가창오리도 AI 발생 농장과 같은 H5N8형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겨울 철새가 고병원성 AI의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전국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가축·가금류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온 게 사실이다. 고병원성 AI는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다. 2003년 이후 2010년까지 네 차례 발생해 보상액만 3000여억원에 달했다. 관련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보건복지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손발이 맞지 않아 부작용을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각 부처와 지자체가 체계적이고 긴밀한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AI 확산을 저지해야 한다. 방역 조치와 야생조류 예찰(豫察), 매몰지 사후관리, 출입 통제 등이 상호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이동이 시작되는 설 연휴가 열흘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나아가 AI가 과도한 공포를 불러일으키지 않게끔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에게도 전염된다”는 등의 괴담이 돌곤 했다. 이 때문에 농가는 물론이고 치킨집·오리 전문점 등이 막대한 피해를 봐야 했다. 그러나 AI 바이러스는 열에 매우 약해 섭씨 80도에서 1분만 가열해도 모두 죽는다. 닭이나 오리를 날것으로 먹지 않는다면 감염 위험은 없다고 한다. 정부는 AI 확산을 선제적으로 막는 한편 시중에 과잉 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