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떨어졌나 금·구리 값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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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2년 연속 상승한 뒤 지난해 급락했던 금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금값을 끌어내렸던 달러 강세가 주춤해지고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국제 금값은 온스당 1251.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밝힌 직후 12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던 게 한 달여 사이 5% 가까이 상승했다. 달러와 금은 대체재 성격이 강하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금 가치가 오르고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금값은 떨어진다. 양적완화 축소 발표에 금값이 떨어진 건 그래서다. 하지만 최근 유럽 경제 회복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유로화 대비 달러화가 주춤하자 금값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게다가 금 소비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민족 최대 명절인 춘절이 호재고, 인도는 금 수입 규제가 연내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금 수요는 장식용·투자용인 반면 인도는 선물용과 사원 기부용으로 쓰여 경기를 타지 않는다”며 “금 수입 규제로 억눌렸던 금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도 상승 추세다. 주택 1채를 건설하는 데 평균 70㎏,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35㎏의 구리가 든다. 그간 전 세계적인 주택 경기 악화와 자동차산업 부진으로 지난해 11월 t당 6900달러 선까지 급락했었다. 하지만 두 달여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17일 구리 가격은 7279.5달러까지 올랐다. 구리 가격을 끌어올린 건 유럽이다. 특히 유럽의 자동차 생산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간 800만 대 아래로 떨어졌던 유럽의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 12월 920만 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안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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