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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타액검사 법」의 사회문제|유산에 오용되는 태아성별검사 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임신 중 태아의 성별을 예측하는 태아성별검사 법이 최근 국내의 일부 병·의원에서 취급됨으로써 인공중절수술에 악 이용되는 예가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성행되고 있는 타액검사에 의한 태아성별 판별방법이 별로 신빙성이 없는 데다가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딸을 많이 가진 부모로서 태아가 딸일 경우 유산을 자행하고 있는 점이다.
더욱이 이런 방법이 돌팔이 업소가 아니라 일반이 신뢰할 수 있는 병·의원에서 취급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네 딸의 어머니인 김 모(35·종로구 인사동)여인의 경우 작년 가을 또 임신, 아들인지 딸인지 초조하던 중 국립의료원에서 태아의 성별을 알아낼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타액검사를 한 결과 딸로 판정되었다. 낙심한 김 여인은 서둘러 중절수술을 받으려고 했지만 이미 임신 6개월이 가까워 수술하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충고에 따라 수술을 포기했다.
그런데 김 여인은 다행히도 2월초 건강한 아들을 낳은 것이다.
또 시내 개인병원에서 태아가 딸이라는 판정을 받은 후 실제 인공중절수술을 받은 부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주로 이용되고 있는 검사방법은 임신부 타액(침)을 이용한「프레나텔」검사 법으로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다. 「프레나텔」을 국내에 들여온 남북약품(대표 정경득)은 현재 주로 개인병원을 대상으로 매달 l백∼1백50인분의 시약을 1인분에 l천2백원 정도로 공급하고 있으며 병원에서는 3천원 정도의 검사 비를 받고 있다.
국립의료원에서는 작년 7,8월에 남북약품으로부터 20인분의 시공 품을 받아 검사한 적이 있다.
국립의료원 산부인과과장 박찬무 박사는 시약의 신빙성을 알아볼 겸 입원환자들에게 그 결과를 믿지 말라고 당부한 다음 검사를 해봤는데 그 결과 신빙성이 없어 지금은 취급치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일부 개인병원에서는 이런 검사 법이 계속 성행되고 있어 전통적으로 선 남 사상이 뿌리깊은 우리사회에서 자칫 불법적인 유산에 악 이용될 위험성이 크다고 하겠다.
서울대의대 산부인과과장 나건영 박사는 현재 외국에서는 건전한 태아의 보호와 치명적인 유전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학술적 목적으로 충분한 시선과 인원이 마련된 연구실에서 태아성별검사가 시행되고 있으며 비교적 신빙성이 높은 방법으로 인정된 양수를 이용한 염색체분석법이나 Y체 형광 법 등도 1백% 완전히 알아맞힐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외국의 검사이용자들도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으로 검사를 할 뿐 신빙성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구태여 아들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말하는 나 박사는 우리 나라의 경우 아들을 원하는 사회적 여건과 이용자의 의도로 보아 병원에서의 성별검사법의 성행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고.
외국에서도 별로 이용되지 않는 타액검사 법이 간단하고 편리하다고 해서 전문업소인 병·의원에서 사용된다면 일반에게 그릇된 확신을 주게되고 이에 따라 불법적인 유산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나 박사는 현재 우리 나라의 여건에서는 1백%의 신빙성이 있는 태아성별검사 법이라 해도 윤리적으로 권장될 수 없다고 못박는다. <김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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