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검토 되어야할 석굴암 원형 보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가 금년을「문호재 원형 보호를 위한 국제적 운동의 해」로 삼고 위기에 직면한 25개국 세계문화재 가운데 한국의 석굴암을 지목하고 있다는 소식은 국내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본부 사무국장의 명의로 발표된 이 호소문은 그들 중요 문화재가 원형의 상실이나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데 이것들이야말로 인류 공동의 문화 유산이니만큼 각국 정부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움직임으로 최근 프랑스의 「르·피가로」 지도 경주 석굴암의 원형 보전이 긴급함을 역설했고 또 프랑스 정부는 오는 4월 관계 전문가를 한국에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공인된 한국의 석굴암이 국제적으로 위급한 문화재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은 그동안에 벌인 석굴암보전대책과는 별개로 하여 몇 가지 문젯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이번 기회를 통하여 명백해진 사실은 문화재 보호 운동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조차 문화재에 관한 한국의 자료가 극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석굴암에 관한 자료는 전무한 형편이어서 다른 나라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대조가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기에 직면한 문화재 보호에 획기적 공헌을 하고 있는 유네스코가 한국의 석굴암에 관심을 표명하기는 61년. 로마의 국제 문화재 보존연구소 플랜덜리드 박사를 한국에 파견함으로써 비롯되었고, 그는 70년에 다시 한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석굴암을 재검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 한국 본부는 한국의 문화재에 관한 자료, 특히 외국어 판이 극히 부족함을 시인하면서『그러나 근년에 출판된 것은 거의 다 보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석굴암의 경우 단행본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 문화재 책자를 많이 간행하고 있는 문화재 관리국에서는 아직 그런 기관에 간행물을 못 보내고 있다고 한다. 문화재 관리국에서는 65년의 석굴암 해체복원 공사 후 그 보고서를 낸바 있으며 또 71년엔『석굴암 세척과 보존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간행했다. 그밖에도 『문화재 대관』이나 『한국의 문화재』등 정부간행물 수종에 석굴암의 사진 및 해설이 게재돼있다.
이번 기회에 재검토 되어야할 또 다른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석굴암처럼 대표적 문화재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연구와 영구보존 대책이다.
가령 경주 석굴암의 경우 아직도 원형에 대한 이견은 전실설치 이후 계속 논의되고 있는 형편이며 가끔 학계의 화제가 되곤 한다. 물론 이에 관한 논의는 쉽사리 매듭지어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지만, 문화재관리국으로서는 보다 구체적인 규명 태도가 아쉬운 것이다.
석굴암이 적어도 10수년간은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로 주시 됐음에도 당국에는 석굴암의 원형을 추정하는 조그만 모형 하나 없는 실정. 또한 여러 의견을 종합하는 자체 연구도 못하고 있다.
석굴암의 과학적 보존 연구는 70년 KIST에 의뢰해 단기 조사를 실시한 이후 보존 과학 기술 위원회(김유선씨 등7명)가 구성되었다. 석굴암 현장에는 1명의 기사가 배치돼 습도·온도 등을 점검하고 있긴 하나 위원회 자체는 막상 이렇다할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재 관리국은 지금 석굴암에는 결로 현상이나 석화 발생이 없으며『현상으로는 가장 완벽하다』는 답변이다. 하지만 석굴 바로 밑에 설치된 기계 장치가 정전으로 멎는다든가 가동하고 있을 때의 진동이나 음향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의 숙제로 남아있다.
과학진의 조언에 의하면 우기나 농무 속에서 석굴암의 개폐 제한 및 출입 관람객의 제한 등이 사실상 문제 안된다고 하지만, 반드시 괜찮다는 확증은 없다. 그래서 금년부터 다시 단계적 조사를 베풀 계획이라고 관리국은 뒤늦게 밝히고 있다. <이종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